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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주인공 연예인 밖에 안보인다?
TV 드라마 속에서 ‘연예인 캐릭터’가 최근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연예스타나 연예인 지망생을 주요 인물로 내세우고,화려한 연예계를 배경으로 하거나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잇따른다. 배우, 가수 등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과 함께 이들 드라마가 연예스타와 연예계를 선망하는 최근 젊은이의 세태에 안일하게 편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재벌가와 재벌 2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과 더불어 TV가 보통사람의 삶과는 동떨어진 세계와 이야기만을 좇는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연예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표적인 작품은 KBS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이다. 남자주인공이 아예 최고의 한류스타로 설정됐다. 남파된 미녀 스파이인 명월(한예슬)이 한류스타인 강우(문정혁)을 포섭하기 위해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이 드라마의 줄기다.

지난 11일 방송된 첫 회는 쇼케이스를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강우와 비밀작전 수행차 파견된 명월의 만남을 그렸다. 작품 완성도는 차치하고 첫 회는 드라마 속 한류스타라는 설정으로 누릴 수 있는 장점이 고루 활용됐다. 이국적인 해외 로케이션과 한류스타를 둘러싼 팬, 화려한 연예계의 일상 등이 그것이다.

주인공이 국내 톱스타라는 설정은 최근 끝난 MBC 미니시리즈 ‘최고의 사랑’에서 이미 검증된 흥행요소다. 차승원이 분했던 독고진은 전성기를 누리는 한국영화 최고의 배우로 설정됐고, 공효진이 맡은 여주인공 구애정은 몰락한 아이돌스타였다. 이들 드라마는 남성 연예스타를 21세기형 ‘백마탄 왕자’로 그려낸다. ‘재벌 2세’를 대체하는 설정이다. 



연예지망생, 예비스타도 최근 드라마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다. 록밴드 노브레인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MBC 수목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의 주인공은 스타 배출의 산실인 예술대학 재학생으로 설정됐다.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인 기타리스트 남자주인공(정용화)과 국악과 가야금 연주자인 여주인공(박신혜)을 중심으로 연극, 공연, 음악 종사자나 전공생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처럼 최근 1년간 연예인이 극중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 드라마는 봇물을 이뤘다. ‘욕망의 불꽃’ ‘결혼해주세요’ ‘매리는 외박중’(이상 KBS), ‘웃어요 엄마’ ‘시크릿 가든’ ‘자이언트’(이상 SBS), ‘최고의 사랑’ ‘글로리아’(이상 MBC) 등에서 톱스타 남녀배우, 인기가수 등이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빠짐없이 등장했다.

지난 2월 끝난 KBS ‘드림하이’는 연예스타 지망생인 예술학교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연예스타나 연예지망생 캐릭터가 빈번해진 것은 해외에 통하는 ‘한류 콘텐츠’ 붐과도 관련이 크다. 한국의 연예계와 연예스타가 아시아의 젊은 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만큼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춤, 노래뿐 아니라 연기에도 능한 아이돌스타가 국내 대중문화의 주축을 이루면서 드라마에서 이들을 활용한 기획이 주류를 이룬 것도 연예인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운 작품이 많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작가나 PD, 배우 등 제작진이 몸담고 있는 세계이자 가장 친숙한 곳이기에 타 분야에 비해 새로운 취재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비교적 쉽게 만들어낼 수 있으며 볼거리를 충족시키기에도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오디션 열풍에서 보듯 ‘연예스타’를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신분 상승의 ‘엘리베이터’로 여기는 젊은 세대의 욕망과 판타지가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더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꿈과 일상 및 현실을 그려내야 하는 지상파 TV가 제 역할을 못하고 유행과 인기에만 영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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