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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나미 희생자 극락왕생…이런 아픔 없었으면”
韓 조계종-日 조동종, 센다이서 대지진 위령 천도재
종단 대표단등 200여명 참석

승무로 피해자 원혼 위로

기숙사서 수업하는 학생위해

성금 1400만엔 정성 전달도

한국 불교계 자비심 큰힘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인 사사키 가즈오(71) 씨는 처음엔 의연했다. “내 피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거나, 창졸간에 목숨을 잃은 친구에 비한다면요”라면서.

그러나 가즈오 씨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일본불교 조동종(曺洞宗)과 함께 8일 일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의 사찰 린코인(林香院)에서 개최한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 위령 천도재’가 끝난 후 결국 눈물을 쏟았다. “위령제 내내 쓰나미에 떠내려간 손자 둘이 떠올랐습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녀석들인데…. 아들같이 여기던 조카도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요. 그래도 이렇게 한국에서 스님들이 찾아와 천도재를 올려주니 큰 위로가 되네요. 좋은 곳에 갔겠지요.”

죽은 이를 위로하고, 그 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천도재가 지진과 해일 피해로 큰 슬픔에 빠진 일본인들을 어루만졌다. 한ㆍ일 불교계가 한마음으로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과 일본 조동종 종무총장 등 양국 종단 대표단과 피해자 가족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천도재는 한국과 일본의 전통 불교의식대로 1, 2부로 나눠 진행됐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비는 묘법연화경과 반야심경이 낭독됐으며 바라, 승무로 이뤄진 전통의식으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들의 원혼을 위로했다.

자승 스님은 “한국의 불자들과 국민들은 일본의 참사를 실로 안타깝게 여기며, 일본 국민들이 하루속히 상심에서 벗어나길 기도드리고 있다”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에 조동종 사사키 고이치 총장은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와 희생자의 넋을 위로해주셔서 감격스럽다. 한국 불교계의 자비심이 큰 힘이 됐다”고 화답했다.

조계종 대표단은 피해가 극심했던 센다이 시의 동북조선초중급학교와 사찰들도 찾았다. 총련 계열로 초중등생 21명이 재학 중인 동북초중급학교는 지진으로 교사가 크게 훼손됐으나 일본 정부의 정식인가를 받은 학교가 아니어서 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조계종은 1차분 400만엔에 이어, 2차로 1000만엔(한화 1억3300만원)을 전달했다. 

동일본 대지진의 희생자 1만5000명의 원혼을 달래는 한일불교 합동 위령제가 일본 도쿄 사찰에서 열렸다. 조계종의 스님이 바라춤을 추며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윤종철 교장은 “임시방편으로 기숙사에서 수업 중인데 교실은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큰 정성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또 조동종 산하 피해사찰 복구에 써달라며 ‘아름다운 동행’이 모금한 성금 2000만엔(한화 2억6600만원)도 전달했다. 일본의 대표적 수행불교 종단인 조동종은 신도 850만명에, 1만5000여개 사찰을 거느린 일본 최대 불교종단으로, 이번에 동북부 지역 1250여개 사찰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 천도재를 진두지휘한 자승 스님은 “한국이 국가적으로 크게 성장한 만큼 이제 불교도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아픔을 함께하는, 보다 책임 있는 종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종단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의 결사운동과 관련해 “지난 50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불교는 또다시 국민과 정부로부터 신뢰를 잃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이어 “일본과의 교류부터 강화하겠다. 양대 종단의 교류와 교감으로 불교문화의 꽃을 피우길 기대한다”며 “그 목적은 세계 곳곳의 분쟁을 해소하고 평화를 실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센다이)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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