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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한다는 것은 마법같은 일...사춘기에 대한 거대한 상징, 마침표를 찍다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묻는다. “이게 현실인가요, 아니면 내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일인가요?”

덤블도어(마이클 갬본) 교장이 답한다. “이것은 물론 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또한 현실이기도 하단다.”

소년기의 마지막 문턱, 어른이 되는 첫 진입로에서 소년은 스스로를 마주한다. 거기엔 출생의 비밀과 긴 여정의 끝이 있었다. 삶과 죽음의 공존. 그리고 그 아이러니에 당당하게 맞선다. 소년은 어른이 된다.

2001년 ‘마법사의 돌’로 시작해 10년간 8편째까지 이어온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가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13일 개봉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다.

이번엔 해리가 운명의 적수이자 악의 화신인 볼드모트(랠프 파인즈)와 드디어 결전을 벌인다. 전편에서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교장이자 해리포터의 정신적 지주였던 덤블도어가 죽었다. 이로부터 마지막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덤블도어의 묘지가 훼손되고 신이한 능력을 지닌 ‘딱총나무 지팡이’가 볼드모트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해리포터는 딱총나무 지팡이와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투명 망토, 부활의 돌이 죽음을 지배하게 되는 ‘죽음의 성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리와 론(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일행은 볼드모트를 저지하고 그를 없애기 위해 볼드모트의 영혼 일부가 나뉘어 봉인됐다는 ‘호크룩스’를 찾아 호그와트로 온다.

해리포터는 그 과정에서 자신에 얽힌 출생의 비밀과 볼드모트에 가담한 스네이프 교수(앨런 릭맨)의 과거, 호크룩스의 마지막 소재지를 알고는 충격에 빠진다. 호그와트는 불사조기사단과 볼드모트 세력 간 거대한 전쟁터가 되고, 해리포터는 볼드모트와 최후의 대결에 나선다.

장중한 음악과 함께 어둡고 비극적인 정조가 이번 작품을 지배한다. 호그와트에서의 전투는 고성에서 벌어지는 중세의 대규모 전쟁 스펙터클 같은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또 해리포터의 여정 중간에는 기이한 모양새의 거대 괴수가 등장하기도 하고, 좀비 같은 괴물이나 거인족이 길을 가로막기도 한다.

3D는 영상이 눈앞으로 튀어나오는 ‘팝업효과’보다는 깊이감을 강조하기 위해 쓰였다. 상영시간 내내 3D로 상영되는 것은 이번 편이 시리즈 중 유일하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는 지난 10년간 관객이 주연배우와 함께 성장하는 영화가 돼 왔다. 첫 편에서 10대 초반이었던 주연배우처럼 어린 시절 이 작품을 동화나 어린이용 마법 판타지 영화로 경험했던 관객은 이제 20대 청년이 된 주연배우와 함께 성인이 됐다. 이 시리즈는 편수를 더해갈수록 성장기의 혼돈과 고통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한층 어둡고 무거워졌다. 어린 시절 갓 배운 마법으로 못된 사촌이나 이모를 괴롭혀 학교에서 혼이 났던 소년 해리포터의 모습은 이제 간 곳이 없다. 삶과 죽음, 개인의 행복과 공적인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고 최후의 선택을 하는 청년의 모습을 관객은 마지막편에서 지켜보게 된다.

소년 마법사와 마법학교라는 소재를 다룬 판타지 영화 시리즈였지만 ‘해리포터’는 행복과 희열, 고통과 혼돈이 함께하는 성장기에 대한 거대한 상징이었다. 성장한다는 것이야말로 마법 같은 일일 테니까 말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마법이라는 비유를 통해 첫사랑의 설렘과 두려움, 분노와 고통, 재능의 발견과 회의, 관계ㆍ집단에 대한 책임 등 인생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갔다.

이 시리즈는 주연배우와 영화사에 거대한 수익을 남겼다. 이번 작품을 제외한 이제까지의 시리즈 7편을 통해 전 세계에서 기록한 극장매출은 64억달러(약 7조원)이다. 한국의 연간 극장매출이 이제 갓 1조원을 넘기 시작했다는 걸 감안하면 ‘해리포터’ 1편당 벌어들인 돈이 우리나라 극장에서 1년간 벌어들이는 수입과 맞먹는 셈이다. 국내에서 1편부터 7편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를 본 관객은 2400만명이다. 전체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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