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이 안갯속에 빠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 8월 국회 비준을 장담했던 미국 정부는 국회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일정을 뒤로 미루는 분위기다. 우리정부와 여당은 8월 비준에 문제 없다고 자신하지만 국회 안팎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한국 정부, 여당 “반드시 8월”…하지만=21일 오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국회와 민생을 위해 한ㆍ미 FTA 비준안은 8월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회에서 오는 8월 비준 동의가 어렵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홍 대표는 선 긋기에 나섰다. 올 8월 국회를 넘기면 한ㆍ미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금년 9월 이후 국회는 2012년도 예산안, 세제 개편안 등 굵직굵직한 경제현안을 처리하느라 분주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선심성’ 경제법안을 쏟아놓는 탓에 한ㆍ미 FTA 비준 동의 같은 대형 안건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정부와 여당이 힘을 모아 한ㆍ미 FTA 8월 처리를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국회 내 . 한ㆍ미 FTA가 제대로 발효되려면 양국 국회 비준이 같은 시기에 이뤄져야한다. 한쪽 국회에서만 FTA가 비준되면 아무 소용 없다. 2008년 12월 여야 간 ‘몸싸움’ 끝에 한ㆍ미 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 외통위를 통과했지만, 미국 국회가 비준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정부, 국회만 우스운 상황이 된 일도 있었다. 미 국회의 움직임에 정부, 여당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 ‘안되면 9월이라도’=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20일 오전(현지시간)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워싱턴에서 열린 글로벌 서비스 재계회의 자리에서 “3개 FTA를 어떻게 진전시킬 지를 조속히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FTA 이행법안이 늦지 않은 시간에 비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회에서 한ㆍ미 FTA가 비준된다는 점은 강조하면서도 정확한 시기를 박지 않았다.

지난 19일 윌리엄 데일리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의회가 한국 등과의 FTA 이행법안을 8월중 처리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올 8월 미 국회 비준이 가능하리라던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다. 미 행정부가 한ㆍ미 FTA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기를 오는 9월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정부가 굴욕 외교란 비판까지 들으면서 자동차 등 주요 부문에 대한 한ㆍ미 FTA 재협상을 마무리 했지만, 양국 국회 비준은 여전히 ‘시계 제로’ 상태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