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권해효의 연기가 드라마 살린다, 원조 미친 존재감
배우 권해효(45)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분량은 별로 되지 않는 조연이지만 존재감만은 최고다. 그는 ‘미친 존재감’이라는 유행어가 없었던 시절 이미 그런 역할을 했다.

최진실의 복귀작인 2005년 드라마 ‘장밋빛인생’에서 최진실, 손현주라는 개성 강한 주인공 캐릭터속에서도 권해효의 연기는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그는 ‘미친 존재감’의 원조다.

최근 종영을 앞두고 있는 KBS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권해효-문정희 부부의 코믹한 연기가 무거운 극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권해효에게 시청자의 비난이 이어졌다. 그가 맡았던 학원강사 권기창은 아내 문정희에게 “야, 김영희” “너”라고 부르며 남자는 돈만 벌어다주면 되고 집안일에는 전혀 신경을 안쓰는, 앞뒤 꽉 막힌 가부장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딱 ‘개그콘서트’ 두분토론의 박영진 정도의 캐릭터였다. 문정희가 시집인 안동 종갓집에서 시부모에게 꼼짝못하는 장면이 나가자 “요즘 저런 집안이 어디있냐”는 시청자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권해효는 이런 진부하고 막되먹은 캐릭터에 사실감을 부여했다. 그래서 과장되지만 유쾌하게 연기하며 주위에 있을법한 가정 이야기로 그리는 데 성공했다. 답답한 캐릭터에 속이 후련한 연기를 입혔다.

그는 학원강사 연기를 너무 잘했다. 생활 자체가 강의와 훈육을 시키는 선생이자 교관이었다. 아내에게 “내가 했니 안했니~” “그랬니 안그랬니~”라고 말하는 게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잘 어울려 실감나는 연기가 됐다.


권해효는 아내를 홀로 프랑스로 유학을 보내줘 박사학위를 딸 수 있게 지원하는 자상한 남편 이재룡보다 더 현실적이어서 공감을 자아냈다. 권해효는 권위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아내의 보람이자 엄청난 스트레스인 드라마 대본쓰는 걸 해결해주었고 집안 일도 챙기는, 책임감 있는 남자였다. 아내 김영희를 달달 볶는 드라마 PD에게 발차기로 일격을 가할 때는 통쾌함 마저 주었다.

친구와 동업해 차린 학원이 문을 닫으며 졸지에 실업자가 되기도 했던 권해효는 졸지에 불쌍한 캐릭터가 됐지만 가사도우미와의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웃음을 주었다. 성장과정에서 권위적인 습속이 몸에 배어있지만 실업자 가장으로서 새롭게 재기하고 부부생활의 위기를 회복해나갔다.

그래서 후반에는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재룡-박주미 주인공 커플 이야기가 크게 줄고, 권해효부부의 이야기의 분량이 대폭 늘어났다. 감초 캐릭터 권해효-문정희 커플의 이혼위기와 봉합과정을 그리는 과정이 주인공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