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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당신의 꿈을 파세요, 로또를 드립니다
오디션·서바이벌 프로 범람

인생역전·대박 환상만 심어

건강한 꿈 흥밋거리로 전락

TV 얄팍한 상술 이제 그만…





‘당신의 꿈을 파세요, 로또를 드립니다.’

혹시 당신은 취업의 열망을 안은 88만원 세대이신가? 가족과의 단란한 행복을 좇는 집 없는 서민이신가? 창업과 성공의 부푼 꿈을 가진 가장이신가? 춤과 노래에 재능 있는 10대이신가? 그것도 아니라면 ‘얼굴 없는 가수’거나 ‘검색순위에 없는 잊혀진 스타’이신가. 

그렇다면 TV를 보시라. 대기업 취직의 기회로, 창업의 성공 신화로, 연예인의 스타덤으로, 음반과 공연 대박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날마다 유혹한다. 집도 주고 거액의 상금도 준단다.

대신 당신의 꿈을 어처구니없는 퀴즈와 막무가내의 경쟁, 심사위원의 독설, PPL기업의 광고, 최종적으로는 시청률에 저당잡히는 것쯤은 참아야 한다. 당신의 장밋빛 꿈은 저렴하고, 로또의 환상은 달콤하다. 꿈과 욕망, 환상이 거래되는 이 시장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인 것은 방송사가 얻게 되는 시청률과 광고수입, 기업의 협찬이다.

오디션과 서바이벌 형식의 TV 쇼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이거나 편성이 확정된 것만 지상파(9개)와 케이블(8개) 합쳐 총 17개다. 이들은 대부분 1억~5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상금이나 고급자동차 등의 부상, 출연, 취업기회 보장 등 각종 혜택을 내세운다. 급기야는 집을 주겠다는 프로그램(MBC ‘집드림’)이 방영 중이고, 사상 최고액의 우승상금을 경신했다며 10억원을 내건 쇼(ETN ‘글로벌 슈퍼 아이돌’, 10월 방영 예정)도 등장했다.

방송사가 나서서 숨은 인재를 발견하고 시청자들의 소원성취를 해준다는 것이 뭐 그리 나쁘냐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범람하는 비슷한 포맷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나 서민, 젊은이들의 건강한 꿈을 왜곡하고 이들의 삶과 욕망을 대중의 흥밋거리로 소비하도록 한다.

이들 쇼가 차용하는 경쟁, 서바이벌의 룰 역시 기존 사회의 통념이나 편견을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KBS2)는 지ㆍ덕ㆍ체를 겸비한 우승자를 뽑겠다면서 거액의 상금과 취업 기회 등을 내걸었다.

이는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고통받는 88만원 세대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쇼의 탈락자들과 마찬가지로 지적ㆍ신체적 능력이 열등하기 때문이라는 편견을 줄 수 있다. ‘집드림’ 역시 집 없는 서민들의 설움을 이용한 지상파TV의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스타 탄생을 테마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리고 젊은 세대들이 연예계의 화려한 면만 보고 불나방처럼 스타를 꿈꾸는 세태에 편승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강요하는 눈물 쥐어짜는 휴먼 스토리 역시 인생역전이라는 로또의 환상과 결합되면서 반복적이고 강박적으로 거듭된다면 평범한 이들의 꿈에 대한 조롱으로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주택, 취업, 재능 실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분석이나 반성, 대안 제시 없이 TV가 국가나 시스템을 대리해서 소원을 성취해주겠다고 생각한다면 오만하거나 무모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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