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안은 오늘날 러시아 현악의 황금기를 이끈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아버지에게 처음 첼로를 배운 뒤 로스트로포비치를 사사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의 소유자로, 현재 영국 맨체스터의 북부왕립음악원(RNCM)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게오르기안은 지난달 27일 첫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이혜숙과 협연했다. 5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으로 솔로 무대를 갖고, 6일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를 조안 권(바이올린), 토비 애플(비올라) 등과 협연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을 방문한 그는 “대관령은 마술(magic)을 부린 듯 아름다운 곳”이라며 “연주랑 강의를 뒤로 하고,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환경”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이번 축제 내의 뮤직 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놀랄 정도로 수준이 높다”며 “젊은 세대의 음악도들과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고, 연주자로서도 꼭 필요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관령국제음악제와 같은 축제를 ‘멜팅 포트(melting potㆍ용광로)’라고 표현했다. “축제는 다양한 음악적 경험의 멜팅 포트와 같죠. 공연도 보고, 음악도 배우고, 오다가다 다양한 인종의 음악인들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게오르기안은 지난 27일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피아니스트 이혜숙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축제 전, 영국 런던에서 만나 며칠간 리허설을 했다. 그는 솔로뿐 아니라 실내악 레퍼토리도 다양한 첼리스트다. 그는 실내악의 매력으로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음악가들과의 하모니는 일종의 ‘화학작용(chemistry)’”이라며 “운좋게도, 스파크가 튀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때로 무대 위에서 마법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게 우리의 인생이다. 음악도 인간관계처럼 멤버들 간 소통으로 빚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 예술감독인 첼리스트 정명화에 대해서는 “명성은 잘 알고 있지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다”고 했다. “한국의 음악가들을 정말 높게 평가합니다. 같은 첼리스트로서 정명화 씨의 연주는 에너지가 넘치죠. 또 지속적으로 배우려 하는 자세와 열정, 이 같은 축제를 기획할 정도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게오르기안의 무대 위에서의 모습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해보일 정도로 사력을 다한다. 그는 장한나의 첼로 스승으로도 유명한 고(故) 로스트로포비치로부터 첼로와 무대에서의 마음가짐을 배웠다. “항상 ‘매 공연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라. 최악의 경우 마지막 콘서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강조하셨어요. 레코드와 달리 무대 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끝으로 첼로와 한평생을 살아온 그에게 첼로라는 악기가 주는 의미를 물었다. “나는 인간이고, 첼로는 악기지만 나는 가장 많은 시간을 첼로와 보냈어요. 내 남편, 아들을 포함한 어떤 사람보다 첼로와 함께한 시간이 많아요. 현악기는 늘 끼고 다니니까 한 인간이나 마찬가지죠. 어제도 습도에 민감한 첼로 때문에, (나는) 추운데 에어컨을 틀었어요. 제겐 항상 첼로가 우선이랍니다.”
<조민선 기자@bonjod08>/bonjod@heraldcorp.com
<사진=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