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상수(21)씨를 포함한 4명의 친구들이 PC방에 모였다. 이들이 지난달 입대한 정모(21)군의 주민등록등본과 통장 사본, 성적표, 가족관계도 등 서류 뭉치를 들고 PC 앞에 앉은 이유는 학자금을 대출받아 등록금을 대신 납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군이 받기로 돼 있는 장학금은 다음 학기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다른 학생에게 넘어가게 된다. 신병훈련기간과 등록금 납부시기가 겹치자 정군은 친구들에게 이 일을 부탁하고 입대했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모두 스스로 벌어쓰는 정군에게 몇십만원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정군이 미리 알려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인터넷 학자금 대출 사이트에 접속해 대출신청을 했다. 돈이 계좌로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한 양식의 빈칸을 메워갔다. 납부를 최종 확인한 이들은 친구에게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에 더해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등록금 대출과 납부 내역을 정군의 어머니에게 보여드리자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셨다. 이씨는 “등록금과 생활비로 힘든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서로 사정을 이해하니까 최대한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친구들의 눈에 비친 정군은 그야말로 ‘악바리’다.
수능시험이 끝나자마나 텔레마케팅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대학 등록금을 모았다. 부족한 금액은 학자금 대출을 받고 편의점, 막노동 할 것 없이 일을 해 등록금을 마련하고 생활비를 벌어 썼다. 이씨는 “동네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 할 때도 정군은 잘 오지 않았다”며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