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진보 진영 경쟁후보였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선의로 2억원을 전했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교육계와 정치권 일부에서 시ㆍ도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박 교수는 두 차례(2004ㆍ2010년)이나 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상당한 부채가 생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한나라당 의원)은 3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육감 직선제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며 “시ㆍ도 지사와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하는 것이 합리적 방안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난 5일 열린 한 포럼에서 시장ㆍ교육감 후보가 공동 등록하는 러닝메이트제를 내년 4월 세종시장ㆍ교육감 선거부터 도입하는 내용의 정책 안을 제안했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도 지난달 “직선제로 선출된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이 노골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등 폐해가 크다”며 “교육감 직선제 선거를 폐지하기 위해 범국민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감 선거의 폐해는 심각하다.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어 후보자 개인이 선거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ㆍ2 지방선거에 나선 교육감 후보들은 1인당 평균 4억6000만원씩 ‘선거 빚’을 진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왔던 강원춘 전 경기교총 회장은 21억원으로 후보들 중 빚 규모가 가장 컸다.
곽 교육감도 당선 직후인 지난해 7월 재산공개 당시 선거 부채 탓에 마이너스 6억8000만원을 신고했다가, 같은 달 말 선거비용 보전비 34억8749만원을 받아 빚을 변제했다. 곽 교육감과 경합을 벌였던 이원희 전 한국교총 회장도 45억원을 쓰고 33억원을 돌려받아 12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 외에도 상당수 후보들이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고, 수도권에 출마했던 한 후보의 경우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렇게 후보들이 큰 돈을 쓰는데도 유권자 관심도와 참여도는 떨어지고, 투표용지 상위에 기입되는 게 득표에 유리하다고 해서 교육감 선거는 ‘로또 선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하지만 또 다른 교육계 일부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육감이 정치적으로 휘둘릴 가능성이 크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상윤 기자 @ssy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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