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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기자의 머니스토리> 증시 전망엔 답이 있다? 없다?
‘남원북철(南轅北轍)’이란 말이 있다. ‘북원적초(北轅適楚)’와 같은 말인데, 수레의 끌채는 남을 향하고 바퀴는 북으로 간다는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 고사성어다. 중부에 위치한 위(衛)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남쪽의 초나라로 간다고 하면서 북쪽으로 마차를 몰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말이 잘 달린다’했다. 그래도 방향이 다르지 않느냐 다시 묻자 ‘돈도 넉넉하고, 마부도 훌륭하다’고 답했다. 이 말의 속뜻은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아무리 기술이나 장비가 훌륭해도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의 절대권력이 된 골드만삭스가 연말 코스피 2200 주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작년에 이 회사의 올해 코스피 전망 밴드는 2100~2700이었다. 올 실제 코스피 밴드는 1700~2200다. 아이로니컬하게 골드만삭스는 8월 주식 순매도를 가장 많이 처리한 외국계 증권사 창구 가운데 하나다.

연초 올 코스피 최고치 2400을 예상했던 국내 증권사들도 최근 2000미만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하단은 1650까지 내려갔다. 정말 대조적이다.

전망은 미래의 영역인 만큼 누가 맞을지는 모른다. 증시에서 지수전망만큼 어리석은 전망도 없지만, 또 그만큼 사람을 혹(惑)하게 하는 것도 없다.

주가는 이익과 유동성의 함수다. 팩트(fact)를 보자.

코스피 12월 결산법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6.1%, 순이익은 7.49%가 줄었다. 우리 기업 이익의 대부분은 수출에서 나온다. 관세청이 집계한 8월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7억달러 적자다. 8월엔 원래 무역수지가 악화된다지만 적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EU로 수출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유동성도 더 늘어나지는 않았다. 유동성은 ‘주당순이익(EPS)’이란 현재가치로 할인될 미래가치의 정도를 결정하는 요소다. 국제금리인 3개월 달러 리보(LIBOR)는 최근 한 달 새 0.25%에서 0.32%로 올랐다. ‘양적완화Ⅲ’ 얘기는 아직 없다. 어떤 경기부양책이 나온다 해도 미국이든 유럽이든 대세는 재정지출 감소다.

주가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다는 경기를 보자. 한국을 포함해 거의 모든 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올해만 못하다. 설령 내년 하반기부터 경제가 나아진다고 해도, 아직 얼마나 나빠질지도 모르는 데 벌써부터 나아질 생각을 한다는 건 무리다.

올봄 자문형랩의 급성장으로 ‘돈방석’에 앉아 우쭐했던 브레인 등 내로라하는 투자자문사들은 전국을 돌며 주식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증시의 ‘초나라행(行)’을 부르짖었다. 미국의 ‘양적완화Ⅱ’ 종료가 임박했음에도 경제지표가 좋아지지 않았지만 자신들은 ‘투자의 달인’이라며 믿고 맡기라 했다. 그때가 꼭지였다. 당시 그 수레에 올라탄 사람들은 이미 북쪽으로 꽤 가버렸다. 북풍에 떨어야했고 초나라로의 길은 더 멀어졌다. 일부 자문사들은 그 뒤 슬그머니 잘못을 시인했지만 ‘모기소리’였다. 애초 초나라행을 부르짖을 때의 큰 목소리는 아니다.

투자자라면 이제라도 ‘초나라로 간다’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적중하길 바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수레바퀴가 향하는 곳은 아무리 봐도 남쪽은 아니다. 이쯤 되면 연목구어다(緣木求魚). 각주구검(刻舟求劍)이다. 물론 지구는 둥글어서 아주 길게 일정을 잡는다면 언젠가 초나라에 당도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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