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들여다보니
보건의료미래위원회(미래위)가 31일 채택한 ‘2020 한국 의료의 비전과 정책방향(보건의료미래위원회 정책건의)’은 한국의 의료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중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찬성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지만 포괄수가제, 건강증진부담금 확대는 저항이 많아 실현까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종합소득 높으면 돈 많이 내야…재산가치는 빠져=지금까지 건보료는 직장 월급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다른 소득이 있어도 보험료를 많이 내지 않았다. 월급이 적은 직장인이 주식투자 등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하더라도 건보료는 월급만 기준으로 삼아 산정했다. 변호사ㆍ의사 등 전문직의 금융소득, 빌딩 소유주의 임대소득 등이 건보료 산정에서 제외돼 이들이 소득에 비해 적은 건보료를 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보험료 부과체계가 개선될 경우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건보료를 많이 부담하게 되면서 서민들의 저항이 줄어들 방침이다. 미래위는 또한, 자동차 등 재산에 대한 보험료 비중을 낮춰 실질소득이 낮은 취약 계층의 보험료를 경감할 것도 주문했다.
▶건강증진부담금 확대, 물가저항 만만찮아=그러나 술과 담배, 정크푸드(junk food) 및 탄산음료 등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건강증진부담금은 현재 담배에만 한 갑당 354원씩 부과해 매년 1조1000억원을 건강보험 재정 지원에 쓰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미래위원회의 제안을 정부가 받아들일 경우 담뱃값을 매년 인상하는 한편, 술이나 정크푸드에 대해서도 건강증진부담금이 신설되면서 이들 제품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그러나 건강증진부담금은 결국 그 금액을 소비자가 물게 된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간접세 인상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물가상승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될 부담금 확대에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포괄수가제 의료계 반말 만만찮아=미래위는 2002년부터 7개 질병군에 대해 자율적으로 시행돼온 포괄수가제를, 우선 모든 의원 및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적용하고, 2단계로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경우 환자의 실제 의료비 부담은 줄게 되지만 수입이 줄게되는 의료계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가가 문제다.
의료계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포괄수가제 도입 시 행위별 수가제보다 4.3% 낮은 수가를 받게 돼 결국 병원들의 경영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는 질병군별 분류체계 재정비와 병원진료비와 의사진료비 분리 등의 선행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포괄수가제를 실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는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