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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묘한 남녀 감정 아날로그에 담았죠”
영화 ‘푸른소금’ 개봉…조폭으로 돌아온 송강호
이현승 감독 ‘즉흥적 창조’중시

상당부분 날 믿고 맡겨

의외의 장면·대사 튀어나오기도


연정·우정·연민이 뒤섞인 남녀

곰살맞은 대사·상황 스크린 녹여내

시대변해도 그 소중함 변치않아




“실내 장면은 즉흥적인 대사가 많았습니다. 이현승 감독이 스케치 같은 시나리오를 주면 디테일은 현장에서 변주하는 식이었죠. 배우가 계속 고민해야 하니 힘들었지만 창조해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의외의 장면, 의외의 대사가 튀어나오기도 했죠.”31일 개봉하는 영화 ‘푸른소금’의 한 장면. 은퇴한 폭력조직 보스 두헌(송강호)이 각 세력 간의 암투와 음모에 휘말려 몸을 피하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기거하던 오피스텔. 짐짓 심각한 상황에서 홀로 밥을 먹는 장면이 있다.

그는 자신을 보좌하는 청년(천정명)과 함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청년이 “국을 데워주겠다”고 하자, 먹던 밥그릇까지 내밀며 “어, 이것도 데워야지”라고 말한다. 개그콘서트의 ‘생활의 발견’같은 웃음을 주는 대목. 송강호의 감각과 주도면밀한 해석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송강호(44)는 “내가 등장하는 공간에서의 상황은 감독이 전적으로 내게 맡겼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설정과 스케치만을 갖고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창조를 중요시하는 감독으로는 이현승, 김지운 감독이 있죠. 반면 박찬욱, 이창동, 유하 감독은 디테일까지 꽉 짜인 콘티와 시나리오대로 찍는 감독이에요. 봉준호 감독은 양 극단에서 중간쯤? 제가 만일 연출을 한다면 박찬욱 감독 스타일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허술해 보이지만 소심하고 치밀한 데가 있어서….(하하하)”


송강호는 ‘푸른소금’에서 실제 23세 연하인 신세경(21)과 남녀주인공으로서 호흡을 맞췄다. 둘은 은퇴한 조직 보스와, 그를 감시하고 결국은 암살 지령까지 받게 된 나이 어린 여성 간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색감과 화면구도가 마치 뮤직비디오 같은 풍경 속에서 갱스터 누와르와 로맨스 멜로 장르가 섞인다. 송강호와 신세경의 관계에는 연정과 우정, 연민이 함께 얽혀든다. 그러다보니 곰살맞은 대사나 상황도 적지 않다.

“(신세경과의 대면이) 처음에는 쑥쓰러웠죠. 농반 진반으로 ‘가랑이가 찢어지겠다’고 했어요. 그 젊음과 미모를 따라가려고 하니까 말이죠. 그럴싸한 느낌을 자아내야 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죠. 그러다 점차 세경이도 나도 서로 젖어든다고 해야 되나, 빠져든다고 해야 되나. 마지막에는 서로 잘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강호는 “애들 때문에 시트콤도 봤는데, 그때부터 팬이 됐고 5~10년 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될 것”이라며 “이제 갓 스물한 살인데 아주 어른스러운 결과 풍부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며 신세경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영화에서처럼 송강호는 실없는 듯 사람좋은 웃음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기 일쑤지만, 카메라 바깥 그의 말은 여간 논리정연한 것이 아니다. 듣고 있노라면 영화의 약점조차 미덕이자 강점으로 반전시켜낸다.

“‘푸른소금’은 인과관계의 드라마라기보다는 두 남녀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선도 있지만 독창적이고 새로운 문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대사나 상황이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표현도, 영화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건 시대가 아무리 변하고 첨단을 걷더라도 그 속에서 인간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어느덧 송강호가 단역으로 영화에 데뷔한 지 15년을 넘기고 있다. 그 중 절반 정도를 ‘당대 최고의 배우’ ‘시대의 배우’라는 수식 속에 살았다. ‘푸른소금’ 역시 희비극이 한몸인 삶의 아이러니를 얼마나 탁월하게 재현시키는 배우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 중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도드라지는 것은 흔히 ‘조직’으로 표현되는, 악다구니 같은 삶의 현장에서 한 걸음 떨어진 자가 느끼는 연민과 쓸쓸함이다. 송강호는 “어떤 작품을 봐도 항상 새롭게 살아숨쉬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차기작으로 유하 감독의 ‘하울링’의 촬영을 마쳤으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내년 3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형석 기자/suki@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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