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진보 진영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놓고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의 ‘돈 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서 사퇴 여부를 저울질해오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사실상 ‘정면돌파’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당초 다음달 8일 예정됐던 월례 조회를 1일로 앞당긴 곽 교육감은 직원들에게 “떳떳하다”는 자신의 심정을 전하고 흐트러졌던 조직을 다 잡을 것이라는 것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31일 다수의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다음달 1일 서울 신문로 시교육청 11층 강당에서 예정된 월례 조회에서 직원들에게 ‘돈 거래’ 의혹 등 이번 사건에 대해 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단일화를 하면서 대가로 돈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공식적으로 2학기가 시작되는 날인만큼 새로운 면모로 근무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스스로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근무할테니 직원들도 마음을 다 잡고 열심히 하라’는 내용의 말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조회 일정이 갑자기 앞당겨진 것을 두고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곽 교육감이 사퇴 등 중대 발표를 할 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왔다. 또 이날 오전까지 ‘조회 일정은 앞당겼지만 언론 등 주위의 눈과 귀가 많아 예정대로 조회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하지만 이번주 후반 검찰이 곽 교육감을 소환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공직자가 검찰 기소 전 사임하면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도록 돼 있어 아직 ‘사퇴 발표’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태다.
한편 이날 오전 곽 교육감은 반나절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시교육청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반가를 내고 오전에 출근하지 않았다. 반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오후 2시께 교육청에 출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곽 교육감의 부인인 의사 정모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어서 곽 교육감이 부인의 검찰 출석과 관련해 반가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곽 교육감이 모처에서 진퇴 여부는 물론 조회 때 말할 내용에 대한 장고(長考)에 들어갔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곽 교육감은 29ㆍ30일 이틀 모두 정상 출근했다.
<신상윤ㆍ박병국 기자 @ssyken>
신상윤ㆍ박병국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