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벳(피터 심즈 지음, 안진환 옮김/에코의 서재)=픽사의 애니메이션 성공은 4분짜리 단편영화에서 시작되고, 프랭크 게리의 걸작 구겐하임 미술관은 골판지 모형에서 나왔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꾼 인물들은 흔히 ‘번쩍 하는 순간’의 아이디어 덕으로 여기지만 실은 다르다. 수백, 수천번의 다양한 작은 시도, 실험들을 통해
정교함, 비범함을 만들어간다. 저자는 이를 ‘리틀 벳’이라 칭하고 베토벤, 에디슨,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 하워드 슐츠 등의 성공사례를 이 키워드로 해석한다. 성장사고관, 실패견본 만들기, 아이디어 더하기 피드백, 문제의 축소화 등 혁신가의 공통점을 8가지 실험접근법으로 제시해놓았다.
▶상식의 역사(소피아 로젠펠드 지음, 정명진 옮김/부글)=상식은 편견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는 관용구는 괜한 말이 아니다. 저자는 영국 명예혁명을 전후한 때부터 프랑스의 계몽운동을 거쳐 현재의 포퓰리즘까지 350년에 걸쳐 상식이 정치적, 문화적 아이디어로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훑어낸다. 17세기 영국 보수주의 철학자들은 회의주의와 무신론을 타파하기 위해 상식을 동원했고, 토머스 페인 등 급진사상가들은 상식을 외쳐 미국 혁명에 불을 붙였다. 좌와 우, 양쪽에서 상식은 반대파를 공격하는데 유용한 무기로 쓰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공통감각에서, 해부학 심리학의 영역을 벗어나 상식이 사회적 의미를 띠기까지 상식에 대한 인식의 변화, 상식 운동, 철학 등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필립 던 지음, 김경숙 옮김/사이)=다섯 명이 학습 부진에 네 명은 읽기에 서툴고, 한 명은 당뇨, 두 명은 주의력 결핍장애…. 이런 말썽(?) 많은 아이들을 놓고도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처음 가르쳐주는 게 좋은 선생님. 스물세 살부터 20여년간 초등학교에서 3학년 아이들을 가르쳐온 남자 선생님이 32명의 아이와 함께 보낸 1년의 생활을 담았다. 아홉 번이나 고쳐가면서 겨우 결정한 자리 배치를 언제 바꿔줄 수 있냐고 물어대는 아이들, 학급사진 찍는 날 해골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오는 아이, 남겨진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영재아 차출 수업, 참된 교사인가 자문하며 교실 문을 닫고 펑펑 운 얘기 등 공감백배의 얘기들이 재미있고 짠하다.
▶조선 지식인의 위선(김연수 지음/앨피)=조선 건국 이후 선조시대까지 주자학적 사상 체계와 정치체제가 뿌리 내리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했다. 저자는 특히 조선 역사의 커다란 변곡점으로 선조시대를 꼽는다. 사림이 정치 주도권을 차지, 주자학의 나라가 됨으로써 모든 게 변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적과 동지, 정의와 불의, 정파와 사파로 양분하고 명쾌하고 분명한 논리로 상대를 공격하는 이념과잉 시대는 결국 임진왜란을 불러들였다는 논리다. 저자는 그 책임을 지식인에게 돌린다. 그 중심에 이황, 이이, 기대승을 둔다. “정치가 시비의 문제로 바뀌자 타협과 조정은 실종되고 생사를 건 투쟁만 남았다.”
▶독학 파스타(권은중 지음/바다출판사)=파스타 증후군에 빠져 사는 삼십대 남자의 요리 정복기.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혼자 힘으로 파스타의 세계를 개척하고 확장한 얘기들이 입맛을 당긴다. 꽁치나 도미, 고등어 같은 생선부터 전복, 바닷가재, 게, 새우는 물론, 멸치젓, 창난젓, 김치, 고추장, 떡까지 상상과 경계를 초월한 파스타들이 제각각 냄새를 풍긴다. 그의 결론은 뭐든 파스타론 만들 수 있다는 것. “작고 보잘것 없는 푸성귀와 해산물에 몰두할수록 엔도르핀이 솟아나고 새로운 요리에 도전할 힘이 생긴다”는 저자는 이미 파스타는 요리의 대상을 넘어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