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성추행 의대생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의 징계 조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고려대 의대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가해 학생들이 다시 돌아올 친구니 잘해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 의대 측은 지난 5월 21일 사건이 발생한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징계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일부에서는 가해 학생들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피해 여학생 A 씨는 2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측 징계 절차와 관련해 “여러번 교수님들한테 여쭤봤지만 답변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19일에 교수님이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가해학생들이 다시 돌아올 친구니까 잘해줘라’라고 했다더라”며 “현재 학교 안팎에서는 ‘출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6월 가해 학생 B 씨가 고려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피해 학생에 대한 악의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설문지에 가해학생에 유리한 주장이 적혀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교수님들이 설문지에 적힌 그 내용을 많이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측은 지난달 29일 “설문조사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A 씨는 사건 이후 가해 학생과 부모들이 합의를 강요하고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등 2차 피해로 심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설문조사가 6월 중순에 진행됐지만 나는 두 달 후에 알았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학교에 갔을 때 애들이 인사를 해도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피해자일뿐인데 나한테 왜 이럴까’ 싶었다”고 말했다.
설문지를 돌린 가해학생 B 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A 씨는 이에 대해 “B 씨가 첫 번째 경찰조사를 받은 이후 ‘미안하다. 후회하고 있다’고 문자를 보냈다. 학교 양성평등센터에서도 사실을 다 인정했다.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사진과 타액 DNA가 있어 확실한 물증이 있는 반면 B 씨는 내 기억과 진술자료밖에 없어서인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다시 그들과 학교를 다닐 자신이 없다. 현재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고 매일 수면제를 먹는 등 치료를 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저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을 이야기하고 믿는 것들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