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의 제조업이 부진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제조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한국과 일본,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악화됐다”며 “아시아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정책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내놔야 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에 걸려 긴축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둔화세를 보였다. HSBC가 발표한 한국 제조업 PMI 조사결과에 따르면, 8월 PMI는 49.7을 기록해 7월 51.3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둔화됐다. 8월 한국 제조업 신규주문은 감소했다. 감소율은 소폭에 그쳤으나 이로써 9개월 연속 지속된 신규 주문 성장세가 마감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5.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5.6% 상승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4.8%를 웃도는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중국물류구매연합회(CFLP)가 1일 발표한 8월 공식 PMI지수는 50.9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해 4개월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HSBC와 마킷그룹이 산정하는 PMI도 7월에 49.3이던 것이 49.9로 상승했다.
중국의 PMI는 소폭 올랐지만 높은 물가 상승률과 수출 부진은 여전히 문제다. 중국의 8월 신규수출주문지수는 48.3으로 7월 50.4에서 대폭 하락했다. 장리췬(張立群) CFLP 특약분석사는 “제조업 PMI가 8월 소폭 반등하며 경기둔화추세가 완화했음을 나타냈다”면서 “그러나 신규수출주문지수가 대폭 하락하며 수출 증가세의 큰 둔화를 예고하는 등 수요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생산 물가는 7월 56.3에서 57.2로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키웠다.
일본의 경우도 8월 PMI가 전달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 우려가 원인이었다. 일본의 8월 제조업PMI는 51.9를 기록해 전달의 52.9에서 감소했다. 이는 2개월만에 하락 반전한 것이다.
그밖에 아시아 지역 국가 제조업 경기도 일제히 후퇴했다. HSBC가 발표한 대만의 PMI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해 45.2를 보였고, 호주는 전달에 비해 0.1% 하락한 43.3을 기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