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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쏭달쏭 급성복통, 장염인 줄 알았더니 충수염
고등학교 1학년인 김은정(17) 양은 등교 뒤 열이 나더니 구토와 복통에 시달렸다. 소화제를 복용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병원을 찾은 김 양은 급성충수염(맹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직장인 이상진(35) 씨는 며칠째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오른쪽 아랫배에 심한 복통이 왔다.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급성충수염을 의심하고 응급실을 찾았지만 대장 옆에 붙은 혹 주머니에 염증인 ‘게실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증세가 심하지 않아 약물치료로 며칠 만에 완치됐다.

급성 복통은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증상이지만 체한 것으로 알고 그냥 넘어가면 큰 병을 부를 수 있다. 특히 복통의 증상은 대부분 구분이 쉽지 않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급성복통은 가장 위험한 병=급성복통은 위장관의 긴장이나 염증, 허혈에 의한 통증을 말한다. 급성충수염, 장이 꼬이는 장중첩증, 급성위장염 등이 원인이다.

이 중에서 급성충수염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낭패를 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질환이다.

충수염은 맹장 끝에 붙어 있는 약 10㎝ 길이의 충수 돌기 입구가 막히면서 염증이 생긴다.

진단은 CT촬영 등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오른쪽 복부 아래 부위에 5~7㎝ 정도의 피부를 절개했다. 최근에는 복강경 등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하면 3일 정도면 완치된다. 증상은 주로 오른쪽 아랫배 복통, 구토, 오심, 발열 등이 있다. 하지만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오는 다른 질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급성 복통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증상인데 체한 것으로 알고 그냥 넘어가면 큰 병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복통의 증상은 대부분 구분이 쉽지 않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충수염은 72시간 이내에 수술하지 못하면 충수가 터져 장기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인 복막에 염증이 생기는 복막염(peritonitis)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복막염은 다른 장기로 염증을 퍼지게 하는 만큼 치료가 쉽지 않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외과 임정택 전문의는 “충수가 터지는 경우 약 1%의 사망률을 보이며, 고령에서는 15%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는 증상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노인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간을 지체하기도 한다. 충수염은 껌이나 돌을 삼키면 충수염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잘못된 상식이다. 이물질이 충수 입구를 막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성인은 대변이 굳은 ‘분석(糞石)’이 원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9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치핵수술(27만2000명), 백내장수술(26만8000명), 제왕절개수술(15만5000명), 일반척추수술(13만9000명), 맹장염수술(10만6000명)로 충수염이 5위였다.

▶충수염과 가장 닮은 병 게실증=충수염과 구분이 어려운 병은 게실증(diverticulosis)이다.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심한 것이 닮았지만 충수염과는 다르다. 대장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질병이다. 선천적요인도 있으나 대부분은 섬유질 부족, 심한 변비가 원인으로 초기에 항생제로 쉽게 치료가 된다. 다만 증세가 심하면 수술하기도 한다.

▶식중독 치사율 높아=그 외에도 소화기 질환은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복통 중 급작스럽게 통증이 오는 증상은 급성장염이다. 식중독에 의한 경우가 많고 장염을 일컫는데 다양한 종류의 세균, 바이러스, 원충에 의해 발생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는 “식중독은 항생제나 지사제 복용보다는 충분한 수분공급 등 대중요법을 쓰는 게 더 좋다”며 “식중독은 약물 복용이 오히려 증상을 오래 끌 수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고동희 교수는 “세균성장염은 오염된 물로 질환이 전염되는 대표적인 병이며,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되고 있을 만큼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젊은 여성에게 있는 배란통, 나팔관염, 자궁 외 임신, 요관 결석 등 비뇨기 질환, 어린이의 감기 등에서 나타나는 복부 림프선염은 충수염과 통증이 비슷해 혼동되기 쉽다.

이 밖에도 복사근(옆구리 근육의 일부로, 갈비뼈 및 복부 근막 근처의 근육)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복부 중앙의 통증, 소화불량, 울렁거림,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배의 다른 부위까지 통증이 퍼져나가 타 질환과 증상 구분이 어려운 편이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사진제공=소화기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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