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타지 생활에 떨어져 지냈던 부모님을 찾으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진작부터 고향행 기차표와 버스표를 구하려는 손길이 분주한 때다. 고속도로는 ‘최대의 명절’이라는 수식어답게 민족 대이동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남한이 추석 풍경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추석 아침 풍경은 이렇다. 당일날 오전 차례를 지낸 뒤 성묘를 나서는 남한과는 달리 차례를 지내지 않고 곧바로 성묘에 나서는 것.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가용이 없기 때문에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때문에 추석날의 버스는 성묘객으로 가득 차 콩나물시루가 되고 만다.
추석을 맞아 조상들의 묘를 찾는 것만은 아니다. 북한의 당과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간부와 일부 주민은 추석을 맞아 평양을 비롯한 각지의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을 찾아 화환과 꽃다발 등을 바치기도 한다. 특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내각 총리 등은 매년 추석 당일 아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증조부모인 김보현·이보익의 묘와 조부모인 김형직·강반석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는 김일성 민족을 강조하는 북한이 추석을 맞아 김일성과 그의 가계를 우상화하는 행사를 하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석은 남한에서는 민족 최대의 명절임이 분명하지만 북한에서는 이 민족의 명절을 김일성 가계 우상화에 이용하고 있다.
사실상 민족 최대의 명절이 추석이라는 것은 남한의 관점일 뿐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더 큰 명절로 지정하고 있다. 날짜상으로 살펴볼 때 4월15일(김일성)과 2월16일(김정일) 모두 당일과 다음날까지 공휴일로 이어져있다. 이는 하루만 쉬는 추석보다 더 큰 기념일임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지 2년 만인 1976년 김 위원장의 생일을 정식 공휴일로 지정했고, 김 주석 사후인 1995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휴일을 이틀로 늘렸다. 또 김일성 부자의 생일과 함께 정부 수립일(9·9), 당 창건일(10·10)을 ‘진짜 명절’로 지정하고 있다.
한편, 추석과 설의 경우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민족 고유의 명절을 배격해오다1988년 추석을, 이듬해 구정을, 2003년에는 정월대보름을 명절로 각각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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