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큰 변수로 작용할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종 선고와 이에 맞물린 금융당국의 승인 시점에 대비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으로의 피인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는 인수 저지 운동을 재개할 조짐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여부는 8일로 예정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리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대개 결심 공판 후 2주에서 한 달 사이에 최종 선고가 내려지는 만큼 늦어도 10월 중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이 판가름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유죄를 받으면 양벌규정에 따라 론스타도 같이 처벌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은행법에 따라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고 금융위원회는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 중 41.02% 이상을 처분하도록 명령을 내리게 된다.
하나금융이 이를 사들이면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에 진행 중인 외환은행 매매계약이 종료된다. 당국이 론스타에 대해 강제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리면 하나금융은 지금까지 론스타와의 계약대로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강제매각의 경우 언제까지 지분을 팔라는 식의 기한을 정하긴 하지만 파는 방식을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유씨가 무죄를 받으면 론스타도 대주주로서의 문제 소지가 사라져 하나금융의 인수작업에 걸림돌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당국이 최종 승인을 하더라도 하나금융과 론스타간 재협상 시한인 11월 말내에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에 하나금융은 재협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론스타와의) 계약연장이 필요하다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론스타 보유주식 매각명령이 내려질 것에 대비해 론스타와의 지분 가격 추가협상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협상 당시 외환은행의 주가는 주당 9000원대였지만 현재 7000원대로 내려간 만큼 가격 인하 협상 여지가 있다는 것이 하나금융의 판단이다.
외환은행 노조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는 옥외시위 등을 자제하고 있지만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선고 이후에는 다시 강력한 반대 운동을 벌일 태세다.
외환은행 노조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론스타의 4%이상 지분 의결권을 정지시키고, 하나금융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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