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이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연간 4% 물가 수준이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처음 시인했다. 농산물 값이 다소 진정되고 ‘기저효과’ 때문에 9월 이후부터는 낮아지겠지만 수준 자체는 과거보다 더 높게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 염상훈 애널리스트는 최근 ‘소비자물가 완전 해부, 전망’ 보고서에서 “정부는 9월 이후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려운 채소 과일 가격 급등으로 앞으로도 3%대 물가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항목을 보면 곡물, 육류, 채소, 과일 등 음식료 비중이 15%, 외식비가 13%, 교육비 11%, 집세(전세+월세) 9.8% 순으로 높다.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때 전세와 월세가격은 현재 세입자들이 지불하고 있는 비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집세는 시중 전세가격을 뒤따라간다. 앞으로 전세가격이 안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농산물을 보면 지난해 9월 배추가격 급등 후 10월부터 가격이 하락했지만 실제 물가는 11월에 가서야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SK증권의 분석이다.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사항인 지하철, 버스, 상하수도 요금 인상은 이미 진행중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기료와 가스료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크다.
외식비는 보통 1분기에 가장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내년초 물가의 가장 큰 복병이다. 교육비도 한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 오른다. 최근 3년간 학원비는 거의 동결상태다.
한국투자증권 진은정 애널리스트는 “지난 10년간 월평균 전월대비 물가 상승률을 적용해 향후 물가수준을 추정해본 결과, 평년보다 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 낮더라도 4분기에 4%대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4.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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