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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앙은 아직도 ‘진행중’
빚내 소비·일않고 소득얻고…

미·유럽 타이타닉 침몰…


“이번엔 다르다” 자기 최면이

반복되는 글로벌 위기 불러


고물가·수출부진·가계빚…

선거앞두고 표퓰리즘 겹쳐

한국도 언제든 재난 사정권


2008년 9월 13일 미국의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붕괴된 지 꼭 3년, 1095일이 지났다. 리먼브러더스를 무너뜨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3년 만에 글로벌 재정위기로 변태(變態)하며 전 세계 정치ㆍ경제 시스템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리먼 붕괴는 단순히 한 금융회사의 몰락이 아니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사건이며,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최강의 충격이다. 그리고 이 ‘3차 세계대전’급의 대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리먼의 붕괴는 한마디로 탐욕으로 쌓아올린 ‘유토피아(Utopia)의 붕괴’다. 지난 20여년간 미국은 무한(無限)에 가까운 신용으로 소득 없이 소비했고, 유럽은 무조건(無條件)에 가까운 연금제도로 노동 없이 소득을 얻었다. 신흥국은 값싼 공산품으로 미국과 유럽 경제의 무모한 경제에 기름을 부었고, 기축통화란 명분 아래 마구 찍혀나온 달러와 유로화로 곳간을 채웠다. 하지만 끝없을 것 같던 탐욕의 무한궤도는 결국 공허(空虛)로 끝이 난다. 개인의 지갑도, 기업의 금고도, 그리고 정부의 곳간도 모두 탐욕이 집어삼켰다.

리먼 사태는 가장 먼저 미국의 무한신용을 타격했다. 미래수익을 미리 당겨쓰는 무한신용이 타격받으면서 자산가격이 폭락했고, 기업과 가계의 대차대조표가 초토화된다. 이어 미국의 무한신용과 연계된 유럽 재정과 금융기관 장부가 암초에 부딪히며 ‘유로제국’이 침몰하기 시작한다.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의 악몽은 소시에테제네랄(SG),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되살아나고 있다.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에 이어 프랑스까지 이젠 국가 자체가 재정파탄 위험에 처했다. 각기 다른 경제체력의 각국이 단일 통화에 묶이면서 면역장치인 ‘환(換)’이 제거된 탓이 크다.

2009년과 2010년 미국의 양적완화(QE)로 유토피아의 붕괴는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사태 발발 후 3년이 지나면서 정부의 통화공급은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게 확인됐다. 막대하게 풀어놓은 돈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이 됐다. 게다가 정부가 푼 돈은 가계로 흘러가지 않고 금융기관과 기업의 금고에만 쌓이며 양극화와 사회갈등을 부추겼다. 미국의 빈곤비율이 17년래 최고치인 15%를 넘을 정도다. 오랜 탐욕에 익숙한 대중은 금단현상을 이기지 못하고 ‘표’를 앞세워 돈을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내년은 전 세계적으로 각종 선거가 예정돼 있다. 위기는 경제에서 정치로 이미 번졌다.

2008년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했다고 자타의 인정을 받아온 한국 경제도 이젠 더 이상 별종이기 어렵다. 각국이 경기침체, 부실과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다 보니 수출 중심의 우리 기업이 독불장군일 리 없다. 달러 살포는 물가상승을, 경기침체는 수출부진을 낳다 보니 한국 경제의 수익성이 위협받고 있다. ‘아킬레스건’인 가계부채 문제까지 불거지고, 각종 사회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공공기관 및 공기업 부채까지 감안하면 재정 사정이 넉넉지 않은데도 정치권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헬리콥터식 복지 살포에 골몰 중이다.

이원기 PCA운용 대표는 “탐욕이 부른 과잉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경제적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번지면서, 게다가 각국의 선거일정이 점차 다가오면서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다. 당장 충격이 크더라도 이를 악물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기간 저성장과 경기침체의 고통 속에서 신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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