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에버랜드 지분
25.6%중 20.64% 매각추진
수직구조 전환후 계열분리?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25.6%) 중 20.64%를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26일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고, 조만간 매각주간사를 선정키로 했다. 매각 방식은 블록딜(Block Deal), IPO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 중이다.
삼성그룹 측에서도 “매각 방식과 시기 등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때가 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내년 4월까지 현행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지분을 5% 내로 축소해야 하는 만큼, 지금부터 준비해야 이를 완료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이 매각 흐름에 탄력을 붙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정리는 지난 1990년대 후반에 만들어놓은 ‘카드→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가 끊어짐을 의미한다. 삼성 지배구조가 15년 만에 중대 변화를 맞음을 뜻한다.
업계에선 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으로 당장 지배구조 변화가 뒤따르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지배구조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삼성의 3세 경영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ㆍ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이라는 ‘큰 그림’과 함께 언젠가는 숙제로 떨어질 계열 분리의 신호음이라는 것이다.
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으로 당장 그룹 지배구조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일단 외형적으론 기존의 순환 출자에서 ‘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라는 수직구조로 바뀐다.
업계에선 향후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순환 출자구조가 끊어지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도 거론된다. 에버랜드 지분을 나중에 이부진 사장이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에버랜드 관계자는 “이번 매각의 주축은 카드인데, 매각과 관련해서 아무런 말도 들은 바 없다”며 “시장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는데, 다 추측”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삼성그룹의 계열 분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며 “순환 출자 고리를 끊는 것을 계기로 이재용ㆍ이부진ㆍ이서현 등 3세에 대한 지분 정리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버랜드는 삼성카드가 1대주주이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25.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각각 8.37%), 이건희 삼성 회장(3.7%) 등 그룹 오너 일가와 삼성전기, 삼성SDI, 제일모직 등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이 약 60%에 이른다.
김영상ㆍ하남현 기자/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