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혐의 남편 징역 20년
“항소한다면 끝까지 갈 것”
“사건 발생한 지 275일이나 지났습니다. 그동안 진실을 가리지 못해 냉동고 안에 있던 내 딸, 이제 장례를 치러주렵니다.”
만삭의사부인 살인사건 1심 공판이 끝난 15일, 법원이 진실을 가려줬다는 생각에 피해자 아버지 박창옥 씨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20년형이라는 형량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법원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실을 가려줬다는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선고는 사법부의 권한이니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고 운을 뗀 박 씨는 이어 “저쪽(피의자 백모 씨 측)은 일단 항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으니 만큼 끝(대법원)까지 가지 않겠나. 길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냉동고 속에 보관 중인 딸의 시신(본지 6월 20일자 10면 참조)에 대해 박 씨는 “지금까지는 혹시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시신을 장례조차 치러주지 못했다”며 “1심 판결도 나왔고, 더 미룰 수도 없는 만큼 관계기관과 협조, 딸과 손주의 시신을 일단 분리한 뒤 다음주 중 장례를 치를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사면허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국가가 내준 면허인데 중범죄자의 경우 국가가 면허를 취소하는 등 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요즘 고려대 의대생들의 성추행 사건 등 관련된 이슈가 많아 법안이 나왔지만 국회서 계류 중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합리적 이유가 있는 법안이라면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을 위해 빨리 통과시켜 줘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한병의 부장판사)는 15일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백모(31ㆍ의사)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이 한 달 남짓 남은 아내를 목 졸라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게 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사건 직후 현장을 떠나 범행을 은폐하려 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자신의 방어에만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수많은 간접사실과 정황에도 불구하고 합리성이 결여된 변명만으로 일관했다”며 “예민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