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노림수가 먹힌 걸까. 영업 정지 저축은행 발표 이후 첫 영업일인 19일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7개 저축은행은 대체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배치된 경찰 병력 500여명도 경계근무에만 충실했다.
영업 정지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자들이 모여들긴 했지만 금융당국의 설명회를 듣고 그냥 돌아가는 정도”라면서 “항의하는 일부 예금자들도 있지만 큰 동요는 없었다"고 전했다. 제일저축은행은 별도로 설명회 장소를 마련해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이번 영업 정지 조치에 포함되지 않은 한 저축은행 대표는 “예금자들이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아 특별히 인출이 늘지 않았다”면서 “상반기 학습효과 탓에 돈 찾을 고객들은 이미 인출한 상황으로 ‘대량 인출 사태(뱅크런)’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부산 시민들은 2차 영업 정지 저축은행 소식에 큰 혼란을 빚었다. 전날 발표된 금융 당국의 ‘퇴출 저축은행 목록’에 모회사인 토마토저축은행의 이름이 오르자 토마토2저축은행 영업점에도 예금자들의 내방은 물론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부산 부전동 토마토2저축은행 본점에는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고객들이 예금 인출을 시도하면서 사실상 은행 업무가 마비됐다. 이 저축은행 대구지점도 오전부터 예금 인출자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토마토2저축은행은 부산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서울 선릉과 명동, 대구, 대전 등에 영업점을 갖고 있다.
이날 오전 부전동 본점에만 예금자 700여명이 몰려 예금 인출을 시도했으며 저축은행 측은 몰려든 예금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며 상황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 현재 토마토2저축은행에서 232억원이 인출됐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시간대별 예금인출 동향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예금인출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숫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금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면서 토마토2저축은행이 뱅크런 사태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토마토2저축은행 서울 명동지점을 방문해 2000만원을 예금하고 고객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는 등 불안 여론을 차단하는 데에 주력했다.
앞서 토마토2저축은행은 전날 4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번 증자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6.26%에서 10.5%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의 퇴출 저축은행 ‘기습 발표’에 뒤통수를 맞은 일부 예금자는 금융 당국을 맹비난했다.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5000만원 이하 예금자인 최모(64) 씨는 “영업 정지 저축은행이 하순에 발표되는 줄 알고 (예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1주일 정도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부실 경영한 저축은행도 문제지만 거짓말하는 정부(금융 당국)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경찰청에 협조를 요청, 500여명의 경찰 병력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각 영업점에 배치돼 돌발 사태에 대비했다.
윤정희ㆍ최진성 기자/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