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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경부·한전·전력거래소­…무너진 기강…결론은 ‘人災’
예비발전량 허위 보고

관계기관 공조 차질

지경부 지휘체계도 먹통


지난 15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단전사태는 인재(人災)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원전 수출국’이라고 자랑하더니 ‘하드웨어’만 멀쩡했지 ‘소프트웨어’는 엉망진창이었다. 발전능력 허위보고에다 늑장대응, 무너진 지휘체계가 화를 키웠다. 전력 유관기관의 총체적인 무능과 기강해이가 전국을 암흑천지에 빠뜨릴 뻔한 것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전사태 발생 당시 전력 예비율이 정확히 계상되지 못해 실제 예비력에 편차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가 예비 발전량을 허위보고해 관계기간 간 공조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것이다.

정전사태 당일 전력거래소는 전력공급능력을 7071㎾로 판단했으나 실제 공급능력은 6752만㎾로 319만㎾의 편차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순환정전에 들어가기 직전인 오후 2시30분 거래소가 지경부에 보고한 예비전력은 350만㎾였지만 실제로는 148만㎾에 불과했고, 정전 당시엔 실제 예비력이 24만㎾에 불과했다는 게 지경부의 판단이다.

‘예비전력 24만㎾’는 몇십초 안에 전국을 암흑천지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편차가 발생한 것은 발전기가 처음 예열 상태를 거쳐 발전 상태로 가려면 5시간 동안 예열해야 하는데, 예열하지 않은 상태의 발전용량을 공급능력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최 장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공급용량 계산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지만 고의로 허위보고를 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력공급능력이 잘못 파악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전력거래소 간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사건 당일인 15일 전력거래소는 오전 11시 최대 전력수요가 6728만㎾를 기록, 예측치인 6400만㎾를 넘어서자 지경부에 전력수급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시그널을 보냈고, 오후 2시30분 예비력이 안정선인 400만㎾ 아래로 떨어지자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지경부는 단전 조치까지는 필요없다고 회신을 보냈다.

전력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예비전력이 100만~200만㎾인 ‘경계’ 단계에서는 직접 부하제어를 실시하고 전압을 5.0%까지로 낮출 수 있으며, 0~100만㎾의 ‘심각’ 단계에서는 순환정전 같은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절기 비상대책기간 설정 과정에서도 지경부와 관련기관 간 지휘체계는 무너져 있었다.

최 장관은 “하절기 비상대책기간을 9월 23일까지 3주간 연장한다는 공문을 한전과 발전자회사에 보냈는데도 원래 일정대로 발전소 정비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발전자회사가 지경부의 공문을 받고도 일부 발전기의 가동을 멈추는 바람에 전력 공급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은 공문을 받았지만 예비일정을 늦추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억울해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사회기능 유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력공급 문제에서 지경부와 한전, 전력거래소 등 유관기관의 공직의식은 어디에도 없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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