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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얼얼한 ‘마살라 무비’…한국팬, 인도에 빠지다
“블랙’‘ 내 이름은 칸’이 어

‘세얼간이’ 한달새 40만 돌파



춤·노래 뮤지컬 요소 빼고

로맨스·멜로·코미디 등 가미

우정·감동 소재로 흥행 돌풍






인도영화 ‘세 얼간이’가 8월 18일 개봉해 한 달 만인 지난 20일 관객 40만명을 돌파했다. 여름에서 추석까지 이어지는 성수기에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비교적 소규모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상영되며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냈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 인도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달성한 ‘블랙’(2009년 개봉ㆍ87만명)과 지난 3월 개봉한 ‘내 이름은 칸’(40만명)에 이어 한국에서 ‘발리우드 영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들 작품은 인도에서 이미 개봉한 지 1~2년이 넘어 한국 극장가에 소개됐고, 인터넷 상에서 다운로드와 해적파일로도 적지 않게 불법 유포됐다는 점에서 흥행성공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꼽힌다.

‘세 얼간이’는 인도 최고의 공과 대학을 배경으로 세 명의 젊은이들이 펼치는 소동을 다룬 휴먼코미디영화다. 한국만큼이나 입시와 학업, 취업경쟁이 숨막힐듯 치열한 인도의 교육현실을 풍자했다. 객석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코미디 영화지만 ‘1등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교수나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대학생 등도 등장해 한국팬들에겐 최근 재학생 자살사건이 잇따랐던 카이스트의 사례를 떠올리게 했다. 인도 소설가 체탄 바갓의 작품이 원작으로 인도 최고의 스타배우인 아무르 칸이 주연을 맡았고 인도에선 2009년 말 개봉해 811억원을 벌어들이며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인도영화‘ 세 얼간이’가 개봉 한 달 만에 관객 40만명을 돌파,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냈다.

인도영화의 별칭은 발리우드다. 이는 ‘봄베이’와 ‘할리우드’를 합성한 말로 과거 봄베이, 지금의 뭄바이를 중심으로 제작되는 힌디어(인도공용어) 영화를 가리킨다. 인도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제작편수와 자국영화점유율을 자랑하는 전통적인 영화강국이다.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인도영화는 연간 영화제작편수가 평균 1000여편에 이르고 자국영화점유율도 93%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꼽힌다. PWC는 올해 인도 영화시장의 가치가 40억5000만달러(4조8000억원)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5년 전인 2006년 19억6000만달러의 배 이상이다. 그만큼 성장도 빠르다는 것.

한국뿐 아니라 외국인 관객들에게 인도영화는 무엇보다 춤과 노래를 가미한 뮤지컬 영화로 인식돼 왔고, 이는 특히 한국팬들이 인도영화에 쉽게 다가갈 수 없도록 하는 이유가 돼 왔다. 아직도 일부 국내 영화팬들이 ‘인도영화’ 하면 떠올리는 지난 2000년 개봉작 ‘춤추는 무뚜’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많은 인도영화가 5분 이상의 긴 춤과 노래 장면을 포함한다. 외국 관객들이 보기에는 이야기 전개를 춤과 노래로 표현하기보다는 극적 맥락과는 관계없이 느닷없이 삽입되는 일종의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진다. 진지한 표정과 심각한 대사를 하던 배우가 갑자기 백댄서들과 함께 흥겨운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식이다. 그래서 인도영화에는 주ㆍ조연 배우 얼굴 뒤로 숨어 뮤지컬 장면에서 노래만 부르는 ‘플레이백 싱어’나 그 뒤에서 춤만 추는 ‘아이템 넘버’ ‘아이템걸’도 있다. 인도영화는 춤과 노래뿐 아니라 한 영화 속에 희비극이 섞이고 멜로,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등 장르가 결합돼 있어 맵고 짜고 단 인도요리의 자극적인 향신료를 빗대 ‘마살라 무비’라고도 부른다. 

‘블랙’
‘내 이름은 칸’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끈 작품들은 인도 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가 적거나 아예 없고 드라마가 강한 작품들이다. 인도판 헬렌 켈러 이야기로 불리는 ‘블랙’은 한 시각장애 여인과 그를 가르친 노선생의 아름다운 우정과 교감을 그린 영화다. ‘내 이름은 칸’은 9ㆍ11 테러 후 무슬림에 대한 차별로 미국 내에서 고난을 겪는 한 인도 출신 자폐증 청년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기 위해 펼친 여정을 담았다. ‘세 얼간이’의 경우 인도 개봉판은 상영시간이 길고 춤과 노래가 많이 섞였으나 한국에선 이를 일부 들어낸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개봉했다. 인도영화가 미국, 영국, 유럽 등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특유의 뮤지컬적인 구성이나 성격은 줄이는 대신 세계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소재나 스타일을 내세우는 사례가 많아졌다. 오랜 영화제작의 노하우가 축적된 영상, 촬영 기술이 세계 정상급이라는 것은 향후에도 인도영화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한편 국내에서 흥행한 작품들의 주연배우는 모두 인도 최고의 스타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블랙’의 노선생으로 출연한 아미타브 밧찬은 1970년대부터 인도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는 배우이고, ‘내 이름은 칸’의 샤룩 칸과 ‘세 얼간이’의 아미르 칸은 그 뒤를 잇는 스타로 꼽힌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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