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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희 선임기자의 컬처 프리즘> “무릎팍 폐업에 집시복귀…본업 뭐냐고? 난 백수!”
외도접고 뮤지션 컴백 ‘올밴’ 우승민
트레이드 마크 추리닝 벗고

찢어진 청바지 차림의 일상

하루 14시간 수면 ‘방콕맨’

데뷔 10돌 기념음반 준비중

음악멘토? 김민기·한대수

포크송하는 독설가 유명세





일주일에 딱 한 번뿐인 스케줄이 사라졌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로 인한 후폭풍은 ‘무릎팍도사’에 고정 출연해온 올라이즈밴드(All Lies Band) 우승민에게도 돌아갔다. ‘단벌 추리닝’ 차림으로 방청객처럼 말없이 앉아있다가 시청자에게 ‘빵 터지는 웃음’을 안겨줬던, 가끔씩 툭툭 던지는 촌철살인의 참견도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2007년 1월부터 5년 가까이 다녔던 ‘출근지’가 없어진 요즘 올밴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우승민은 ‘무릎팍도사’ 마지막 녹화 후 적잖은 시청자가 잊고 있는 본업인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이달 중 발표할 새 앨범 녹음 중이다. 다섯 번째 내는 정규 앨범이라 10곡 정도 수록할 예정이다. 올해는 데뷔 10주년이니 기념음반도 되는 셈이다.

그는 궁상맞은 트레이닝복을 벗어던지고, 찢어진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에 흰색 소형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고 약속 장소에 나왔다. 작사, 작곡, 반주까지 모두 혼자 해내는 ‘원맨밴드’인 그는 주로 경기도 능곡의 집에서 일을 하는 편인데다 ‘무릎팍도사’ 녹화 일정도 없어 요즘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나온 지인은 앞으로 “쌀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한동안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인 사이에서 ‘기인’ ‘짚시’로 불리는 그답게 4년여간 그를 유명인으로 만들어준 프로그램 폐지가 얼마나 서운하냐는 질문에 “자유를 느낀다”고 대답했다. 하루 14시간 취침, 웬만하면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올밴’의 ‘생활방식’이다.

무명 밴드인데다 숫기까지 없는 그를 처음 TV로 끌어들인 이는 ‘무릎팍도사’의 연출자인 임정아 PD였다. 

궁상맞은 트레이닝복을 벗어던지고, 찢어진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으로 나타난 올라이즈 밴드 우승민. 작사, 작곡, 반주까지 모두 혼자 해내는‘ 원맨밴드’인 그는‘ 무릎팍도사’ 마지막 녹화 이후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임 PD는 ‘무릎팍도사’ CM송을 만들어달라고 하니, CD로 보내겠다는 그를 설득해 출연자에게 노래를 가르쳐줘야 한다며 스튜디오로 끌어냈다.

우연히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를 듣고 이미 우승민을 간파한 임 PD는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된다”며 방석을 하나 내줬다.

이 기발한 ‘가만히 앉아있는 방청객 콘셉트’는 시청자를 즐겁게 했고,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까지 올밴을 붙들어 앉힌 것이다. 가만히 앉아있는 게 불편해 투덜거리며 던진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의도치 않게 성공적인 괴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사실 포크를 바탕으로 한 귀여운 CM송이 올밴의 트레이드마크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설가가 바로 그다. 올라이즈밴드라는 밴드명부터 심상치 않듯, 10년 전 발표한 1집은 ‘F워드(F Word)’의 결정체다. 수록곡 24곡 중 4곡을 제외한 곡이 ‘방송금지곡’. 한없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래,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래가 있는 반면 위선에 가득 찬 세상을 향한 독설로 가득찬 노래는 ‘무릎팍도사’에서 종종 보여주는 엉뚱하고 귀여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면을 보여준다.

평생 반전운동을 한 밥 딜런의 영향을 받아 기타를 잡고 노래하기 시작했다는 우승민의 음악 멘토는 김민기, 한대수다. 다양한 장르를 활용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략 그의 음악 성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생관도 남다르다. “인생이란 하나님이 내게 준 휴가같은 것”이란다. 어떤 질문을 해도 그가 뼛속까지 보헤미안이라는 기질을 드러낸다.

앞으로 계획과 본업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거침없이 “나는 백수”라고 대답했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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