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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킥3’, 왜 시동이 늦게 걸릴까?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의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다. 하지만 시청률이 조금씩 올라감에도 아직 큰 반응은 안나오고 있다. 하이킥1과 2에서는 10회가 되기 전에 이순재나 박해미, 정보석 캐릭터가 확실하게 떴다. 하지만 12회까지 방송된 지금 아직 감정을 이입할만한 주도적 캐릭터는 없다.

‘하이킥3’에는 이전 작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아이들과 노인 캐릭터를 모두 빼고 백진희 김진희 박하선 크리스탈 안종석 강승윤 등 젊은이들을 대거 투입했다. 하지만 산만한 감마저 주고 있는 등 아직 고생한 만큼의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하이킥3’의 김병욱 PD는 몰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전하고 깨지기도 하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찾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를 구축하기 위한 루저들의 에피소드는 다양하고 기발하며 현실성까지 갖췄다.

안내상이 상상올림픽을 개최하며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허당천사 박하선은 야구장 민폐녀로 나온 데 이어 수업시간 학생들의 교사 놀리기를 통해 추락한 교권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생계가 어려운데도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탈락하는 노인을 보여주고, 구형 핸드폰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례 등도 현실감이 있다.

회사 인턴 자리에서 잘리고 고시원에서도 쫒겨나 학교선배 박하선에게 얹혀사는 백진희는 청년실업을 상징한다. 백진희가 인턴 입사 면접에서 합격하기 위해 10초만에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재미와 풍자를 다 잡은 에피소드다.

조기 폐경을 맞아 우울해져 있는 윤유선의 에피소드도 공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는 윤유선은 거부감이 들고, 윤계상과 윤지석도 아직 어색한 면이 있다.

친구한테 사기당해 처남 집에 얹혀사는 몰락한 남자 안내상의 찌질한 모습은 그의 뛰어난 연기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안내상은 ‘조강지처클럽’ ‘수상한 삼형제’ 등 막장적인 캐릭터를 즐겨 그리는 문영남 작가의 정극에서 시트콤적인 이미지가 이미 소비된 상태여서인지 아직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다. 변기, 화장실, 소변, 엉덩이 파열 등 화장실 유머도 과할 때가 있다.

‘하이킥3’는 캐릭터를 먼저 구축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김병욱 PD의 전작들과 달리 캐릭터가 구축되기전부터 많은 에피소드를 배치한 감이 든다. 가벼움속에 사회고발과 같은 무거움도 담고 있는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캐릭터가 약해 그냥 흘러가버린다. ‘하이킥3’는 총 120부 중 아직 10분의 1인 12회가 방송됐을 뿐이다. 캐릭터 한두개만 살아난다면 확 살아날 수도 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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