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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어에 일찍 노출될수록 언어학습 능력↑”
외국어 교육 광풍은 비단 우리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외국어 교육에 느긋하기만 했던 미국에서도 최근 상류층 학교를 중심으로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둘째 딸 샤샤(9)가 올 초 백악관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 직접 중국어로 말을 건네는 모습이 언론에 비춰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샤샤가 다니는 학교는 워싱턴의 유명 사립학교인 시드웰프렌즈다. 하물며 모국어 외에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2개 국어, 혹은 그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면 모국어와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일찍부터 외국어 교육을 시작해야 할까. 모국어를 익히기 전 다른 외국어에 노출될 경우 ‘언어 혼란’이 일어난다는 주장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최근 미국 연구진이 ‘생후 6개월 이전’이라는 답을 내놓아 주목된다. 워싱턴 대학의 패트리샤 쿨 박사팀은 생후 6개월~12개월 아기들을 각각 단일언어 환경과 2개 국어 환경에서 자란 그룹으로 나누고 모국어와 외국어를 들려주면서 뇌전도(EEG)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생후 6개월 된 아기들의 경우엔 두 그룹의 모국어와 외국어의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모국어에만 노출된 아기들의 경우 생후 10개월이 넘으면 외국어의 소리를 감지하지 못하고 모국어 소리만 구별해 냈다. 반면 2개 국어에 노출된 아기들의 경우 10개월이 넘어서도 두 개 언어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동일하게 유지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아기들의 뇌가 주로 쓰는 언어를 이해하고 소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모국어에 일종의 ‘헌신’을 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인 재닛 워커도 이와 비슷한 실험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워커 박사팀도 4개월~8개월 아기들을 단일언어 환경과 2개 국어 환경에서 자란 그룹으로 나누고, 소리가 나지 않는 화면을 통해 모국어와 외국어 구사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생후 4개월 된 아기들의 경우 두 그룹 모두 입 모양과 얼굴 표정만으로 모국어와 외국어를 감지해 냈다. 그러나 생후 8개월째엔 단일언어 환경에서 자란 아기들의 경우 외국어를 감지하는 능력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최근 캐나다 요크 대학의 엘렌 비얄리스톡 박사팀도 2개 국어를 하는 어린이들이 어휘력뿐 아니라 논리력, 멀티태스킹 능력 등 소위 뇌의 ‘실행 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뇌의 실행 능력은 전두 피질과 및 전전두 피질에서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쿨 박사는 “ 2개 국어를 쓰는 아기들의 경우, 두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다양성과 변화가 생의 초기에 보유하고 있던 뇌의 다언어 감지능력을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쿨 박사는 시애틀의 영어를 사용하는 가정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생애 초기부터 중국어를 들려주면 중국어 음성 인식능력이 아동기 이후까지 보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중국어 학습 테이프가 아닌 직접 사람과 대면해 듣는 말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쿨 박사는 “아기가 사회적인 환경 안에서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면서 “뇌의 언어학습 회로는 얼굴을 대면해 다른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 때만 켜진다”고 밝혔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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