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 패션지 GQ와 한판?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그리고 벤 허….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다.
지난 8월, 남성 패션 전문지 GQ는 실리콘밸리에서 최악의 패션 센스를 뽐내는(?) 15인의 리더를 선정해 발표했다. 1위의 불명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안았다. 그는 종종 스키니 진에 타이를 매치시키는 난해한 패션으로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어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를 고수했던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와 수수한 스웨터를 즐겨입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벤 허 치즈버거 네트워크 CEO는 10위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벤이 즐겨입는 익살스러운 고양이 그림의 티셔츠는 카메라에도 여러 번 잡혀 그의 상징처럼 연상될 정도다. GQ는 벤의 패션에 대해 “귀엽지만 이불에서 방금 빠져나와 빨래 바구니에 있는 티셔츠를 꺼내 입은 것 같다”고 혹평했다.
이에 벤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중 하나인 페일블로그(FailBlog)를 통해 GQ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신이 고른 의상과 GQ 측이 코디해준 의상 사진을 뒤섞어놓고 어떤 패션이 가장 어울리는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승자는 누구였을까. 아쉽게도 벤의 패션 센스에 대한 평가는 한동안 미뤄지게 됐다. GQ 측에서 처음에는 벤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으나, 이후 아무런 연락도 없이 발을 빼 대결이 흐지부지된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워스트 드레서’, 명예로운 타이틀은 아니지만 벤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벤이 어떤 옷을 입는지 미국 언론들이 주목하게 될 만큼, 그가 업계의 거물로 성장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