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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왕이 된 노숙자...무슨일이길래?
서울시, 노숙자 저축왕 4명에 표창장

25일은 제48회 저축의 날.

서울시는 저축의 날을 맞아 4명의 노숙인과 사회복지사 1명을 표창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선정된 4명의 노숙인은 모두 서울시 주관 노숙인 저축왕 선발대회에서 저축왕에 오른 사람들이며, 이날 함께 표창을 받은 사회복지사는 자칫 늘어지기 쉬운 노숙인들의 생활을 엄하게 지도하고, 자활복지센터 노숙인들이 모은 저축액 총 11억6000만원을 꼼꼼히 관리한 점을 인정받았다.

표창 대상자는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에 거주하는 박모(40)씨와 최모(41)씨, 서울시립24시간게스트하우스의 신모(40)씨, 가나안쉼터의 문모(72)씨 등 노숙인 4명과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이정훈(41)씨.

박씨는 다니던 회사의 임금이 6개월 체불된 상태에서 새로 취직한 회사가 거래처의 사기로 부도를 맞고 거래처와 공모했다는 의심을 받아 사기죄로 고소를 당해 결국 1700만원의 합의금을 마련하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건설일용직을 전전하던 그는 50원짜리 동전 하나를 갖고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에 입소, 이곳에서 노숙인 일자리 중 가장 험하다는 가락시장 쓰레기 청소일을 8개월 동안 개근하고, 서울시 신용 리스타트사업을 통해 신용회복위원회를 만나 3400만원까지 불어난 부채를 900만원 8년 분할상환으로 줄였다. 노숙인 대상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수료한 뒤 지난해 11월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12월에는 노숙인 저축왕에 선발됐다. 요즘 결혼을 앞두고 있는 박씨는 “길고 지난한 기간을 다 지나오지 않았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자신감이 생긴다”며 “일자리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이제 힘들지 않다”고 했다.

역시 자활센터에 세면도구만 들고 입소한 최씨는 입소 초부터 벌이의 96%를 저축해 지독한 자린고비로 소문이 났다. 그는 현재 청약저축 46만원, 정기예금 500만원, 저축예금 92만원, 정기적금 80만원, 보통예금 226만원, 희망플러스통장 420만원, 임대주택 보증금 580만원 등 총 2364만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훤칠한 키에 옷맵시가 남다른 신씨는 목공업을 하다 쌓인 채무를 전세금으로 갚은 뒤 거리를 전전하다 입소한 뒤 인문학과정을 수강하며 요양보호사 자격증, 조경관리사 자격증마저 취득, 지금은 어엿한 조경회사의 직원이 됐다.

72세인 문씨는 2007년 청량리 노숙인 시설인 가나안쉼터에 입소해 지금까지 약 4년여 동안 1800만원을 모았다. 그는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건강을 잃지 않기 위해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사 이정환씨는 17명의 파산면책 신청과 12명의 채무조정을 도왔고, 그렇게 61억원의 부채를 떨어냈다. 제과업체 영업사원을 그만두고 복지센터에 입사한 그는 노숙자들의 바른 생활을 이끌기 위해 집요하게 달려드는 이 업무가 “천직”이라고 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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