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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 장 “한국 무대는 가족 앞에서 연주하는 기분”
세계 최고 수준의 몸값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도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3개월의 긴 연주여행을 떠나기 전날,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옷과 구두를 챙겨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평범한 아가씨였다. 지난 19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31)은 “악보랑 드레스를 챙겨 넣고 나면, 트렁크가 세 개나 된다. 쉬면서 입을 캐주얼한 옷과 구두도 챙겨가고 싶은데 어쩌냐”며 귀여운 푸념을 늘어놨다.

이번 투어는 사라의 28년 연주 인생에서 가장 긴 여정이다. 투어 중 며칠이라도 짬이 나면 유럽이든 아시아든 굴하지 않고 미국행을 택했던 그가 이번에는 미국에 들르지 않고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에 있는 동생이 대학을 마쳤고, 엄마도 뭐가 그리 바쁘신지 요즘 집에 별로 안 계셔서,(웃음) 몸 힘들게 왔다갔다 안 하려고요. 이번이 첫 도전이에요.”

10월 하순부터 진행된 사라 장의 투어는 체코, 독일, 영국, 홍콩, 한국, 그리고 남미, 유럽으로 이어지는 월드 투어다. 그리고 다음달 8~9일 상트페테르부르크필하모닉과 내한해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사라는 이번에 협연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필의 상임 지휘자인 유리 테미르카노프(73)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시했다.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휘자와의 호흡이에요. 11세 때 첫 협연한 이후 마에스트로와의 관계는 꾸준히 이어져 왔죠. 솔리스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 분입니다. 또 얼마나 유머감각이 넘치시는지, 함께 무대에 서는 것 자체로 즐거운 일이에요.”

한국팬들 역시 사라 장과 테미르카노프의 돈독한 우정을 기억한다. 지난 2001년 가을, 런던필하모닉과 첫날 협연을 마친 직후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가 쓰러졌고, 때마침 일본에서 투어 중이던 테미르카노프가 한국으로 넘어와 지휘를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사라 장에게는 국내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설레는 일이다. “마치 가족을 위해 연주하는 기분이에요. 한국팬들이 저에게 많은 지지와 사랑을 보내주시니, 고마움도 있고요. 실제로 할아버지, 이모, 사촌 모두 공연장을 찾아주셔서, 무대에 서면 가족 앞에 선 기분이죠.”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은지 묻자, 2년 전 리사이틀 투어 때의 추억을 떠올렸다. “새벽 2시에 사촌동생들하고 떡볶이를 먹으러 다녔어요. 이번에도 연주 다 마친 뒤에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고 싶어요. 아, 그리고 쥐포! 한국에만 있는 쥐포가 정말 좋아요.”(웃음)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내한공연=11월 8~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1-3183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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