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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마을1축제>국화,구철초가 언덕 뒤덮은 마을에서 질마재 축제를~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의 자그만 마을에서 꽃과 문학이 깃든 지역 축제가 열린다. 오는 11월 5~13일 9일간 열리는 ‘2011 질마재 문화축제’다. 이곳에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생가와 미당시문학관이 있다. 앞에는 곰소항이 펼쳐지고, 뒤에는 동두천 소요산과 이름이 같은 소요산이 감싸고 있는 언덕 모양의 형세는 포근함과 고즈넉함을 안겨주며 ‘질마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 언덕배기의 3만여평의 넓은 공간에 국화와 구절초밭이 조성돼 노란색과 하얀색 일색이다. 현재는 국화 1만평, 구절초 2만평 정도가 있는데 전체 언덕에 다 심으면 무려 15만여평이나 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홍보도 별로 하지 않았지만 재작년 1회 때 무려 5만여명, 지난해는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3만여명이 다녀갔다. 



물론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은 국화와 구절초밭이다. 미당 무덤이 있는 안현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국화향이 머리를 개운하게 해주니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천천히 거닐다가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책을 읽어도 되고, 시심(詩心)을 가다듬어도 된다. 도시생활에서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한 번 가볼 만하다.



11월 5일 개막식에도 거창한 행사는 없다. 소요산에서 패러글라이딩 축하 비행을 시작으로 국악 공연과 미당문학상 시상식이 있고, 살풀이춤과 시 낭송이 이어지며 미당의 대표 시로 알려진 ‘국화 옆에서’와 송창식이 부른 ‘푸르른 날’을 고창여중 합주단이 연주한다. 아무래도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리는 ‘아름다운 국화길 및 테크 경영숲길 걷기’(7.5㎞)가 행사의 압권이다. 이 길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혼자 걸어도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행사 기간에 실용음악 공연, 농악 공연, 연 만들어 날리기, 허수아비 만들기, 변강쇠와 장승 만들기, 솟대 만들기, 인절미 만들기, 달집 소원 달기, 중국 기예단 서커스 공연, 노래자랑, 전통 두부ㆍ막걸리 시음 등이 마련돼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행사 기간인 오는 5~6일 이틀간은 미당문학 행사도 열린다. 질마재문화축제위원회(위원장 조병균)와 동국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미당문학제는 백일장, 미당 시 낭송, 시화 전시회, 시 세미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당은 ‘화사’ ‘자화상’ ‘귀촉도’ ‘국화 옆에서’ ‘동천’ 등 불교사상, 자기성찰과 달관, 구원을 토속적으로 노래했지만 친일시를 쓰기도 했다. 축제 주최 측은 미당의 친일 행각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미당시문학관에 친일시 7편, 전두환 정권을 찬양한 시 1편을 전시해 이를 널리 알리고 있다.



조병균 질마재문화축제위원회 위원장은 “미당문학 행사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측의 반대가 있었다”면서 “미당 선생의 과오를 미화시킬 생각은 조금도 없다.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들려줘 교훈으로 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당 생가 옆의 초가에 살고 있는, 미당의 친동생이자 시인인 서정태(88) 씨도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는 미당 같은 시인이 나오지 않는다”고 형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친일시를 썼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나약한 시인의 한계였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2011 질마재 문화축제’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위대한 사람을 기리는 축제로서의 성격이 아닌 한 사람의 결과물을 놓고 벌이는 대립과 이견을 조정해야 하는 축제인 것이다.

김응 미당시문학관 사무국장은 “질마재 문화축제는 미당 선생의 찬양 행사가 아니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끼리 단절되지 않고 함께 참가해 소통을 이뤄나가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면서 “지역 축제란 그런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우리는 오히려 미당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데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그분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입장”이라면서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가 보내준 시 15편도 전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축제는 방관자적 모습에서 벗어나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근에는 팔짱 끼고 구경하는 행사가 대부분이었던 과거 형태를 벗어나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취하는 지역 축제가 적지 않다.

축제 주최 측과 주민, 관광객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한데 섞여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일탈과 해방을 맛보며 대립과 이견을 조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질마재 문화축제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욕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녹여낼지는 축제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창=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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