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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김없이 ‘11월괴담’, ‘의문의 죽음’에서 사건ㆍ사고로
낭만에 섞여 흥얼거릴 ‘10월의 마지막 밤(’잊혀진 계절‘)’이 지나면 달력은 두 장만이 남겨진다. 어김없이 11월, 이제 연예계는 긴장감이 감돈다. 폭주하는 사건, 사고에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11월괴담의 시작이다.

2011년판 ‘11월괴담’의 문을 연 것은 2일 힙합듀오 슈프림팀의 멤버 이센스(본명 강민호, 24)의 대마초 사건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센스는 자신의 집 등지에서 1년여 전부터 지인을 통해 입수한 대마초를 흡연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밴드 더더 출신의 가수 박혜경(37)은 자신이 운영하던 피부관리숍의 영업권리금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됐고, 젝스키스 출신의 가수 강성훈(31)도 본인 소유가 아닌 외제차를 담보로 1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3일에는 젝스키스 출신 이재진(32)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연이어 등장, 5일에는 가수 쿨의 멤버 김성수(43)가 2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는 등 불과 닷새 만에 연예계는 5가지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얼룩지게 됐다.

사건사고와 함께 문을 연 11월이 가혹한 것은 이 사건들은 또다른 괴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3일 인터넷 공간에는 ‘여자아이돌 대마초’라는 검색어가 상위권에 머물렀고, 이로 인해 엉뚱한 아이돌 여가수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오며 ‘괴담’을 만들어갔다.

본격적인 11월괴담의 확대 재생산이다. 하지만 연예계에 등장한 11월괴담의 시초는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사망 사건이 이 달 집중됐을 뿐 2000년 이후 사건사고가 중심이 된 괴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 ‘죽음을 부르는 달’, 그래서 11월괴담=11월괴담의 시발점을 어디로 볼 것인가에 대한 대체적 의견은 지난 1987년 가수 유재하의 사망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11월 1일 20세의 천재가객 유재하는 교통사고로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팬들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던 이날의 기억이 다소 희미해질 무렵인 1990년 11월1일 가수 김현식이 간경화로 사망했고, 1995년 힙합듀오 듀스의 김성재 역시 의문의 죽음으로 세상을 떠났다. 4년을 건너띄어 1999년이 되면 탤런트 김성찬이 말라리아로 이달 사망했고, 유재하에 앞서 1985년11월29일 ‘하얀 나비’를 부른 가수 김정호도 폐결핵으로 사망한 것을 염두하면 11월은 이미 26년전 ‘죽음을 부르는 달이 됐다. 11월괴담의 시발점은 바로 여기였다.

▶ 2000년 이후 ’11월괴담‘의 변모=의문의 사망사건이 ’11월괴담‘을 이루는 주요 골자였던 이전과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다. 단지 사망사건뿐 아니라 스타들의 마약, 성폭행, 음주운전, 이혼 등 크고 작은 사건ㆍ사고들이 11월 물밀듯이 쏟아졌고 이때부터 ’11월괴담‘은 확대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먼저 밀레니엄에 들어선 11월의 둘째날, 톱배우 부부 김승우-이미연이 결혼생활 5년만에 종지부를 찍었고 5일 뒤인 9일 한류시장을 개척한 가수 클론의 멤버 강원래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대중에게 큰 충격을 줬다.

2001년이 되면 충격적인 마약 사건이 터진다. 사극에 단골로 출연하며 단아한 여성상으로 뭇남성들의 사랑을 받은 배우 황수정이 엑스터시 투약혐의로 구속, 가수 싸이가 대마초 흡입 혐의로 긴급 체포, 혼성그룹 코요테의 김구가 엑스터시 복용 혐의로 체포되며 연예계에는 마약 광풍이 휘몰아졌다. 사망소식도 빠지지 않았다. 개그맨 양종철이 자신의 승용차 랜드로바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코미디계는 비탄에 잠겼다.

2년 뒤인 2003년에는 배우 고현정과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이혼 소식이 11월 19일 전해졌고 2005년에는 배우 송강호와 전진이 음주운전으로 입건됐고 원타임의 멤버 송백경도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전치16주의 중상을 입었다. 또 이 해에는 가수 신정환의 도박 파문이 처음으로 불거지기도 했다.

2007년 11월엔 박철과 옥소리의 이혼 공방전이 시작됐고 2008년 11월엔 조성민과 최진영 및 최진실 유족간의 친권 재산권 분쟁이 일었고, 방송인 강병규가 바카라 도박혐의로 입건됐다.

2009년은 나라안팎으로 신종플루의 위험이 극에 달한 해다.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이 줄줄이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고 배우 이광기의 아들도 신종플루 확진으로 사망했고 가수 신정환은 이 해에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자살 소식도 멀리 프랑스에서 날아들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모델로 발돋움했던 김다울은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파리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2010년 11월에도 사망소식이 먼저 찾았다. 신인 탤런트 강대성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고 탤런트 박혜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맨밴드인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 이진원도 뇌출혈로 사망한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며 인디음악계에선 추모공연이 잇따랐다.

2000년 이후 괴담의 변모는 주로 이르게 마무리하는 연말연시 행사들이 잦아지며 불거지는 자잘한 음주 관련 사건에 예기치 못했던 사건과 사고가 더해지며 확대됐다. 잠재됐던 이전 사건들의 여파가 뒤늦게 불거지는 경우도 많았으나 최근 들어 하나의 꼬투리도 놓치지 않고 ‘11월괴담’으로 엮으려는 시도 역시 만만치 않게 일어 엉뚱한 ‘11월괴담’의 재생산에도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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