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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영화 ‘청원’ ‘블랙’ 감독, “한국관객 사랑 행복”
최근 국내에서 인도영화의 인기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내 이름은 칸’과 ‘세 얼간이’ 등이 개봉해 40만~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선전했다. 이어 오는 11월 3일 인도영화의 또 다른 화제작 ‘청원’이 개봉한다. 

이 영화는 특히 한국 개봉 인도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2009년ㆍ87만명)을 세운 ‘블랙’의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48)의 신작으로 더욱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블랙’은 인도판 헬렌켈러 이야기로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은 한 소녀가 운명의 스승을 만나 장애를 극복하고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렸다. 

2005년 ‘타임 선정 최고의 영화 10’으로 선정되기도 한 수작이다. 그 뒤를 이은 ‘청원’은 볼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라고 불리는 인도영화의 톱스타 리틱 로샨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불리는 아이쉬와라 라이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사지가 마비된 한 천재 마술사의 삶과 사랑, 죽음을 그렸다. 



지난해 인도의 각종 영화상 시상식을 휩쓸었다. 산제이 감독은 지난 14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해 한국관객들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영화 개봉에 즈음해 산제이 감독과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블랙’이 한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전혀 인지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후 ‘블랙’이 한국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인도영화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내 작품이 전세계 어느 관객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즐거움이자 모든 예술이 향유할 수 있는 기쁨이기도 하죠.”

’청원‘은 공연 중 사고를 당해 14년간 전신마비 환자로 살아온 인도 최고의 마술사 이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처지에도 라디오 DJ를 맡아 제 2의 삶을 살아간다.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절망의 나락에서 삶의 경이를 예찬하는 그의 입은 시련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또 다른 마술이었다. 그러나 이튼은 어느날 오랜 친구인 변호사를 불러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존엄사’을 위한 청원을 의뢰한 것이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은 이 영화를 직접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전에 사지가 마비된 많은 환자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에는 20대의 젊은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삶이 제 마음 속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살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그들이 감내하는 고통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죽음 뿐이라는 엄연한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저에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삶과 감정을 강렬한 영상으로 조화롭게 담고 싶었습니다.”

‘존엄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논란의 이슈다. 인도에서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소수의 인도 사람 중에는 제 영화가 죽음을 전파한다고 생각하여 상영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청원’은 죽음 뿐 아니라 삶을 축복하는 영화입니다. 제 생각에 ‘청원’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생전 얼마나 크고 깊은 고통이나 시련에 시달렸든지 간에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 삶입니다.”

‘청원’에는 이튼과 그를 십수년간 간호하며 수족이 돼온 간호사 소피아와의 사랑, 이튼이 당한 무대 사고의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존엄사 청원을 둘러싼 법정 논란 등 희극과 비극, 스릴러와 로맨스, 사회드라마와 마법의 판타지가 모두 담겼다. 

빈틈없는 극적 구조와 강렬하고 매혹적인 영상, 환상적인 음악의 조화도 돋보인다. 인도영화의 힘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춤과 노래가 뛰어난 배우로 인도의 마이클 잭슨이라고도 꼽히는 리틱 로샨에 대해서 감독은 “볼리우드에서 독보적인 위치의 배우”라며 “춤실력이 뛰어난 그가 얼굴과 목으로만 소통이 가능한 전신마비 환자를 연기한 것은 커다란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는 인도영화학교 출신으로 인도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브다스’와 ‘블랙’, ‘사와리아’ 등에서 탁월한 이야기솜씨와 화려한 영상미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감독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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