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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A 서명 순간 그는 허공을 봤다
김종훈“내가 법정 설만큼 나쁜 놈입니까”
한미FTA 서명하는 순간

먼산 보듯 다른 곳 응시


검투사·이완용 극단 평가

반으로 쪼개진 사회 대변



“논란 끝낼 수 있다면

날 밟고가도 좋다”





협상 개시 5년 10개월의 마지막 절차, 이명박 대통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속법안에 서명한 29일 각 부처 장관이 일제히 도열했다. 왼쪽 끝 한 사람, 눈길을 끈다. 다른 장관처럼 대통령의 펜 끝을 쳐다보지도, 카메라를 향해 눈을 맞추지도 않고 있다. 먼 산을 바라보듯 허공을 응시했다.

사진 속 주인공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ㆍ미 FTA의 산증인이다. 2006년 2월 한ㆍ미 FTA 협상의 주역을 맡았고, 2007년 8월부터는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왔다. 2011년 11월 한ㆍ미 FTA호의 닻을 내리기까지 대미 협상은 물론 방송 토론과 국회 설득까지 도맡아 왔다.

서명을 끝낸 이 대통령은 “모두 수고했다”면서 다른 모든 장관을 제치고 “김 본부장과는 악수 한번 해야지”라며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김 본부장은 민주·민주노동·창조한국당 등 68명의 야당 의원으로부터 FTA 체결과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발당했다. 이들은 김 본부장이 한ㆍ미 FTA와 관련해 미국의 현행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정보 확인 노력이 없었다며 공무원 직무유기(형법 122조)라고 주장했다.

‘검투사’와 ‘이완용’. 김 본부장에 붙여진 별칭은 한ㆍ미 FTA를 둘러싸고 쪼개진 한국사회를 대변한다.

한쪽에서는 ‘옷만 갈아입은 이완용’이자 ‘나라를 팔아먹은 협상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평가된다. 다른 편에서는 협상을 이끈 냉혈한 ‘검투사’요, 경제영토를 넓히고 안보동맹에 새로운 지평을 연 한ㆍ미 FTA의 종결자다.

아이러니하지만 그의 별칭은 모두 민주당과 연관이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민주당으로부터 협상의 영웅으로 추켜세워졌다. 피를 말리는 협상장 안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방을 향해 칼을 뿜는 ‘검투사’에 비유됐다. 하지만 MB정부 아래서 야당으로 바뀐 민주당은 다시 그를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에 비유했다.

‘검투사’와 ‘이완용’의 간극을 좁히기 어렵듯이 한ㆍ미 FTA로 쪼개진 나라는 봉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명식까지 하고 모든 협상의 절차를 마쳤지만, 민주당과 일부 시민세력은 7일째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전기요금(4.9%) 인상 결정 이후 한전 소액주주 14명으로부터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2조8000억원을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당한 김쌍수 사장이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찰서 문턱에 가본 적이 없는데…. 3년간 열심히 일하고 봉사한 결과가 피소에 이르렀구나 하는 생각에…많은 고민을 했다.”

김 본부장도 지금까지 법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반대하는 분들 분이 좀 풀리고 (한ㆍ미 FTA를 둘러싼) 논란을 끝낼 수 있다면 날 밟고 가도 좋다”고 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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