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인호의 전원별곡]베이비부머의 귀농·귀촌행,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라
‘아파트는 이제 끝났다’ ‘단독주택(전원주택)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주거문화가 단독주택과 전원주택 쪽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변화의 주도세력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58만2000명)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면서 이른바 ‘아파트 공화국’ ‘부동산 공화국’을 이끌어온 게 바로 그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은퇴기를 맞은 베이비부머들이 그토록 집착했던 아파트에서 하나 둘 떠나고 있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도심 외곽의 ‘전원형 단독’: 도시 편의와 자연 접목, 재테크 병행

대기업 임원인 김산행(가명·54세·서울 서초구)씨는 요즘 주말마다 부인과 함께 성남시 판교로 간다. 제2인생의 보금자리가 될 전원형 단독주택의 건축과정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전에는 주말마다 집사람과 산행을 다녔는데 요즘은 아예 판교의 새집 공사장을 찾아 이것저것 점검한다”며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쾌적한 판교 집에서 옥상텃밭을 일구며 느림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판교의 단독주택지 일대가 ‘한국판 베버리힐스’로 조성되면 향후 투자가치 또한 높을 것이란 게 그의 계산이다.

구리 토평지구에서 줄곧 아파트 생활을 해온 박수도(가명·53세)씨는 최근 7억여 원을 들여 남양주 진접지구에 단독주택을 지어 이사를 했다. 박 씨의 집은 3층짜리 점포형 주택으로 3층에는 박 씨 가족이 살고, 나머지 2층 집과 1층 점포는 월세를 놓고 있다. 박 씨는 “대학을 졸업한 외아들이 취업하면 월세 수입만으로도 여유 있는 노후생활이 가능할 것 같아 아파트를 팔아 그 돈으로 단독주택을 지었다. 지구 내 쇼핑·문화시설 등을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단독주택이 주는 쾌적함도 함께 누리며 산다”고 만족해했다.

김 씨와 박 씨는 둘 다 아파트는 버렸지만 도시를 떠나진 않았다. 편리한 도시생활은 그대로 살리면서 전원의 쾌적함과 여유만을 더하고자 했다. 노후를 위한 재테크 또한 도시 부동산에서 그 길을 찾았다.

■도시 밖 ‘세컨드하우스’: 도시와 전원 이중생활, 선택 폭 넓어

교직에서 은퇴한 김교육(가명·63·성남시 분당)씨는 기존의 대형 아파트를 팔고 소형 전세 아파트를 마련한 뒤 충남 태안군에 땅을 사서 작은 전원주택을 지었다. 이른바 세컨드하우스, 주말주택이다. 적지 않은 연금을 받는 김 씨는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평일에는 주로 태안으로 가서 텃밭을 가꾸며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가끔 주말에 친구나 옛 제자들이 찾아오면 태안 바닷가에서 싱싱한 회를 곁들이거나 삼겹살 바비큐 파티를 열어 전원의 맛을 함께 나눈다. 방문하는 이들이 없을 경우에는 분당의 전세 아파트로 올라가서 지인들을 만나고 취미활동도 한다.

대기업 임원인 최홍천(가명·55·서울 송파구)씨는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홍천군 서면 모곡리에 지은 주말주택으로 향한다. 경춘고속도로 설악IC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1시간 안에 도착한다. 최 씨의 집은 전원주택단지 내 80㎡(24평) 규모의 아담한 목조주택으로, 현재는 주말과 휴가 때만 이용한다. 주변엔 숲이 우거진 산과 맑은 홍천강 하류가 흐른다. 그는 은퇴하면 일산 아파트를 팔고 아예 이곳에서 눌러 살 요량이다. 아파트 매각자금은 딸과 아들 결혼자금으로 일부 사용하고 나머지는 노후 재테크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 씨와 최 씨는 서울·수도권과 지방(태안과 홍천)을 오가면서 도시와 전원의 삶을 함께 누리고 있다. 물론 전원생활은 수도권에 비해 땅값이 저렴하면서도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은 곳을 택했다. 집은 실속형 세컨드 하우스로, 나중에 도시 아파트 처분 등 재테크에도 유리하다.

■지방의 ‘순수 전원주택’: 도시 떠나 자연 속으로, 땅테크는 ‘덤’

아예 도시와 아파트를 다 버리고 농촌으로 떠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연금, 임대수익 등 노후자금여력이 있는 귀촌인과 농사를 지어 소득을 창출하는 귀농인 으로 분류된다. 서울에서 2시간 이내 거리인 강원도와 충청도가 선호지역이다.

지난해 20여 년간 다니던 직장생활을 접고 강원도 홍천의 산골로 귀농한 박전원(가명·48세)씨는 베이비부머의 막내격(63년생)이지만 일찌감치 전원생활을 선택했다. 그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개척해야 성공적인 인생2모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농사를 통해 자연의 순리를 배우는 한편 이전 직장생활에서의 전문성과 노하우, 그리고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시골생활에 접목시켜 농업 외 소득기반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 2008년 상반기에 기존 아파트를 팔아 농지 6600㎡(2000평)을 사서 그중 1000㎡(300평)을 대지로 전환해 93㎡(28평)짜리 집을 지었다. 현재 땅값이 배 이상 올라 재테크 차원에서도 매우 만족스럽다.

평소 바다를 즐겨 찾는 박바다(가명·49세·서울 여의도)씨는 얼마 전 강원도 양양군에 작은 전원주택 부지를 마련했다. 시중은행 부장인 박 씨는 은퇴하게 되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 예쁜 목조 전원주택을 짓고 남은 돈은 추가로 땅을 매입할 생각이다. 그는 “양양은 산과 강,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오는 2014년 동서고속도로(서울~양양)가 완전 개통되면 서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투자가치 또한 높다”고 입지선택 이유를 밝혔다.

■향후 전망은: 도시형 전원생활 더 선호, 순수 전원생활은 점진 확산

본격적인 은퇴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의 전원행(行)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결과다. 어릴 적 시골의 추억을 간직한 그들은 이제 치열한 인생1막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소박한 인생2막을 살고자 한다. 실제로 현 40~50대의 절반은 은퇴 후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국토해양부 주거실태조사 결과). 이를 위해 재테크 매력이 떨어진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대형에서 소형으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확인된다.

하지만 위의 실제 사례에서 보듯이 아파트를 버리고 대신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택한 베이비부머 가운데 상당수는 도시를 떠나지 않았다. 도시밖에 세컨드하우스를 지어 도시와 전원의 이중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는 소득 및 자녀교육 문제 등 현실적인 제약들을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도심 인근이나 외곽에서 마당과 옥상텃밭을 갖춘 전원형 주택이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점포형 단독주택을 짓거나, 도시 밖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해 전원생활을 체험하고자 하는 이른바 ‘도시형 전원생활’ ‘유사 전원생활’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때 열풍을 일으킨 땅콩주택이나 판교의 옥상텃밭 주택 신축 붐 등이 그 좋은 예다. 서울시 등 도시 지자체들이 도시농업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독주택 인기는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08년 이전 전체 건축 인허가 주택의 10%에도 못 미치던 단독주택 비율은 올 들어 9월말 현재 12%를 넘었다. 또 LH공사가 택지개발지구에서 분양한 단독주택용지도 올해 1~8월동안 106만㎡, 7879억 원 어치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면적은 60%, 금액은 40%가 각각 늘었다.

그러나 아예 도시를 떠나 삶의 터전을 시골로 완전히 옮겨가는 ‘순수 전원파’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 이는 향후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그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