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원자재 투자는 원유보다 금이 더 유망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유로존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 핵개발 우려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주식 시장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금을 팔아치우면서 금값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다른 원자재보다는 금이 확실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온스당 1700달러 수준인 금값은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예상이 많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금값은 내년에 좀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온스당 1900∼2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캐피털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금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한 금은 2399.3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키 쿠퍼 바클레이즈캐피털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인플레이션 압력 등이 내년에도 금값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며 내년 금값을 온스당 2000달러로 예상했다.
지난 9월 온스당 1920.3달러로 치솟았던 금값은 같은달 말 1534.49달러로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 최대 수요국인 인도의 루피화 약세로 금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었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금 매입에 나서고 있고 내년 1월 흑룡의 해를 맞아 중국 춘절(春節) 때 귀금속 수요가 늘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 설정액 10억원 이상 금펀드(18개)의 평균 수익률은 8.85%로 전체 테마형 펀드 중에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10.41%, -17.10%에 불과했다.
반면 세계 경기가 불안한 흐름을 보임에 따라 국제 유가 전망은 밝지 않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의 내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전망치 평균은 배럴당 94달러다. 올해 WTI 평균 가격이 배럴당 96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상승보다는 하락에 무게를 둔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도 내년 두바이유 가격을 배럴당 95달러로 예상했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신흥국 수요와 리비아 사태 해결 등을 들어 내년 두바이유 가격을 104달러로 내다봤다.
다만 유가는 경제 외에도 정치, 군사, 사회적 변화에도 민감한 만큼 돌발변수를 고려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박사는 “내년 유가의 최대 변동성 요인은 지정학적 위험이다. 이란 핵개발에 따른 국제적 갈등이 고조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유가는 단시일 내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