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등 대북 학습효과 작용
정치적 변수 우려 불구
다우지수 소폭 하락 그쳐
공급축소 등 우려 제기
WTI 전일대비 0.4% 상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글로벌 증시와 원자재가격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19일 김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시아, 유럽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유가는 반등했고 뉴욕증시는 소폭 하락에 그쳤다. 한반도 정세 불안보다는 유럽 재정위기 등이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19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증시는 김정일 사망 소식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대부분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날 영국 FTSE100지수는 전일 대비 0.42%, 독일 DAX30지수는 0.54% 내려갔다.
반면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북한발 악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학습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에 대한 국채 매입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함에 따라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84% 하락한 11766.26에 거래를 마쳤다.
김 위원장 사망은 원자재 시장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동북아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안으로 유가 하락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국제 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0.4% 오른 배럴당 93.88달러를 기록했다.
정치적 변수보다는 공급 측면이 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카자흐스탄 서부 원유 생산지역에서 발생한 시위와 미군의 이라크 철군, 이란 핵 문제 관련 국제사회의 제재 등이 원유 공급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등이 유가 하락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20일 황나영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지난 14일 OPEC은 원유생산량 목표를 3030만배럴로 상향했다. 이 같은 결정은 실질적 증산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가 안정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금값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내년 2월 인도분 금값은 전일 대비 0.1% 내려간 온스당 1596.7달러로 1600선 아래로 내려갔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 등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값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말 연휴를 앞두고 거래량이 줄면서 금값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재정위기로 올해 말과 내년 초 금값이 약세를 보이겠지만 신흥국 수요 등이 가파른 하락은 막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욕 맥쿼리의 마이크 귀도 부이사는 “투자자들이 이 시점에서 금을 투매할 이유는 없다. 남은 연말 동안 금값은 1590~1600달러 사이를 왔다갔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