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침체·야권 도전속
해당지역 현역의원 90%
개인지지율, 黨지지도에 못미쳐
상당수 중진 반발·분노·체념…
朴비대위는 세대교체 강한 의지
대구ㆍ경북(TK)과 부산ㆍ경남(PK)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충격에 빠졌다. 의원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비해 5% 이상 뒤지면 공천 탈락이라는 ‘5% 룰’을 적용할 경우 90%가 물갈이 대상이라는 분석에 상당수 중진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는 분노를 넘어 체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3일 부산의 한 중진 의원은 “5% 룰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부산에서는 단 한 명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분노했다. 어떤 의원은 “박근혜 식 공천 학살”이라고까지 말했다.
TK와 PK 지역은 전통적으로 당 지지율은 높지만,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식의 묻지마 공천이라는 인식이 강해 현역 의원에 대한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더군다나 최근 지역경제의 어려움과 야권 후보들의 강력한 도전 속에 현역 의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여의도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1차 사전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 당 지지율에 한참 떨어진 개인 지지율을 기록한 현역 의원은 90%가 넘는다.
의원지지율이 당 지지도에 비해 반토막, 3분의 1에 불과한 지역구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새해 첫날 일제히 쏟아진 언론기관들의 여론조사 결과도 해당 지역 현역 의원들의 목을 죄었다. 리얼미터와 부산MBC가 PK지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44.7%, 현역의원 교체 희망률은 68.7%에 달했다. 또 에이스리서치와 대구KBS의 조사에서도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뽑겠다는 TK 유권자는 49.6%였지만, 61.2%는 현역의원 교체를 원했다.
한나라당 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의 1대1 대결을 가정, 케이엠조사연구소가 지역 신문 6곳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PK 지역의 현역의원 교체 희망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부산 유권자의 47.2%는 현역 지역구 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정당(21.1%)보다는 인물 됨됨이를 보고 투표하겠다(59.9%)는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단 한석이 급한 당 입장에서는 현역 의원을 떨어뜨리고, 참신한 새 인물을 영입해야만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한 현역의원의 대거 물갈이는 ‘공정성’과 ‘대안’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ㆍ경북 지역의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객관적 기준을 정한다면 당연히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지금 있는 사람들을 낙천시키는 것은 좋은데, 다른 대안이 괜찮은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현역 의원을 도살하기 위해서는 막연하게 다시 뽑는 게 좋으냐 아니냐 수준이 아닌, 충분한 샘플을 확보해서 대표성을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는 두 차례 여론조사에 따라 현역의원의 생사를 가르는 것에 대한 당 내 반발을 대변한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 및 당 지도부의 PK와 TK 현역의원 대거 물갈이 의지는 확고하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날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의 65%가 현역의원을 안 뽑는다고 한다”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ㆍ경북에서 세대교체의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정호ㆍ조민선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