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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2012년, ‘겨울’ 대한민국
유럽發 경제한파 여전한데

양극화 심화로 마음도 각박

서민들 쓸쓸한 설 귀향길

누가 봄을 얘기할 수 있을까


2012년 1월, 대한민국은 ‘겨울’이다. 

경제 쪽 한파가 매섭다. 세계 경제불안의 근원인 유럽은 새해 몇 가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면서 그리스 디폴트 등 잠시 잊혔던 악재들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유럽 위기 해법을 진두지휘했던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것은 유럽 위기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S&P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여러 이유를 들었다. 그중 “유로존 문제가 구조적인 것이기 때문에 재정긴축이라는 단편적 수단으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땜질처방으론 해결되지 않는 지난한 문제란 것이다.

한국도 유로존 위기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1월 무역수지가 2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 나왔다. 노무라증권은 상반기 한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스위스 UBS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에 못 미치는 1.9%로 내다봤다. 선거가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게 상식처럼 얘기된다. 총선, 대선이 겹친 올해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애써 외면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제에 줄 짐도 간단치 않다. ‘비핵’도 ‘개방’도 ‘3000’도 어느 것 하나 한 발짝도 못 나간 이명박정부 앞에 펼쳐진 예측불허의 새로운 북한 체제의 리스크는 그 어느 때보다 간단치 않다.

연초부터 ‘왕따’ 문제는 안 그래도 움츠러든 한국인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왕따’는 압축성장에 경쟁제일주의와 물신(物神)이 지배하고, OECD 국가 중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대한민국의 ‘청소년 버전’이다. 책임은 100% 어른에게 있다. 기술적인 해법보다는 우리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근본적인 처방이 가능한 문제다. ‘88만원 세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으로는 위로받지 못한다. 20대 몇몇 발탁으로 20대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권의 발상은 애처롭다.

20 대 80은 자연스런(?) 경제ㆍ사회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1 대 99란 프로퍼갠더가 먹히고 있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생각보다 심각한 지경이란 것을 웅변한다. 1%를 향한 99%의 말은 거칠어지고 비례해서 사회는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힘든 겨울을 지내고 있는 한국사람들에게 정치는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무역규모 세계 9위 경제대국에서 여당은 지리멸렬하고 있다. 뿌린 것만큼 거둔다는 인과율을 정치에 적용한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은 험로가 예상된다. 반사이익과 ‘촛불의 기억’만으로 재집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진보진영도 문제다. 진보 10년간의 과오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정치권은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헤럴드경제 여론조사에서 77%가 정치권의 쇄신은 실패로 끝날 것이란 냉소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설이 눈앞이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이 겨울 쓸쓸하고 소박한 그들의 귀향에 누가 ‘봄’을 얘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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