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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명당-56) 남양주 운길산역 일대 “아름다운 산수를 갖춘 ‘서울 옆 동네’…도시와 전원의 이중생활, 바로 여기지요”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전원생활을 꿈꾼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3년생, 758만2000명)는 더욱 그렇다. 이들 가운데는 저 멀리 경치 좋은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새로운 인생2막을 경작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살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른바 도시와 전원의 이중생활 즉, 멀티 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다. 아예 서울 인근 전원주택에서 출퇴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전원명당이 있다.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역 일대가 바로 그곳. 행정구역으로는 조안면 조안리 진중리 송촌리 일대다. 이곳은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예봉산(683m)과 운길산(610m)이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북한강이 동북쪽에서 남서쪽으로 둘러싸듯이 흐른다. 향도 동남향으로 밝고 온화하다. 이곳을 지나는 북한강은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만나 몸집을 키운 뒤 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 

남양주 조안면 운길산역 일대 지도

이처럼 천혜의 입지를 갖춘 남양주시 조안면은 국제 슬로시티 연맹에 의해 지난 2010년 11월 30일 슬로시티로 지정되기도 했다. 특히 남쪽을 지나는 중앙선 복선전철 운길산역이 개통되면서 서울 오가는 길이 한결 편해졌다. 문화재로는 수종사 오층석탑 및 부도, 한명회묘, 정약용선생지묘 등이 있다.

먼저 조안면 조안리에는 외촌 사안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조안리는 박 씨 선조가 한양으로 가는 길에 해가 저물어 쉬게 되었는데, 새소리가 듣기 좋고 물도 좋아 가려던 길을 멈추고 영주한 곳이라 한다. 외촌은 물방앗간이 있어 방아다리 바깥말이라 불리던 곳이다. 사안은 을축년 장마 때 물이 넘쳐 물고기가 고개를 넘어갔다 하여 고랭이라 부르던 곳으로, 이것이 고안으로 변했고 일제강점기 말기에 사안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운길산에서 바라본 조안리와 진중리 일대

조안면 진중리는 운길산역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자연마을로는 중리 마진 조곡 등이 있다. 중리는 중말이라고도 한다. 원래 말에게 죽을 먹였던 곳으로 처음에는 죽말이라고 부르던 것이 중말로, 또 중리로 변했다고 한다. 마진은 임진왜란 때 변응성 장군의 전적지로, 말로 진을 쳤다는 뜻이다. 이곳에는 청동으로 만든 말이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조곡은 산속에 새가 많고 그 소리가 아름다우며, 계곡이 깊고 물이 깨끗해 사람 살기에 좋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운길산에서 바라본 진중리와 송촌리 일대

조안면 송촌리는 두촌 송신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두촌은 조선시대에 배나무가 많아 배나무 용진이라 불리던 곳으로, 이후 콩 재배로 유명해져 두촌이라고 불렸다. 송신은 두촌의 세대 수가 늘어나자 소나무밭 속산에 마을을 다시 만들어 살게 되었다 하여 송굴이라 불려오다가 행정구역 개편 때 송신이라고 개칭됐다.

남한강과 북한강, 한강과 어우러져 이곳 산수를 완성하는 예봉산과 운길산은 경관이 수려하고 교통이 편리해 가족 산행이나 가벼운 주말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주변에는 정다산마을 팔당호 영화촬영소 금남유원지 등 관광지가 많고, 운길산 중턱에는 유서 깊은 수종사가 있다. 특히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모습은 일찍이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전망이 으뜸”이라고 격찬했을 정도이다. 수종사에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고고한 자태로 한강을 내려다보며 서있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양평일대와 한강 두물머리

수종사의 유래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458년 세조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금강산 구경을 다녀오다가, 이수두(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깊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에서 깬 왕이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바위굴이 발견됐고 그 굴속에는 18나한이 있었는데, 굴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 했다고 한다.

조안면 진중리와 송촌리 일원에는 또한 ‘남양주 슬로푸드길’이 있다. 이 길은 행정안전부의 ‘우리마을 녹색길’로 선정돼 1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명품길로 재단장된다. 사업 구간은 운길산역∼농촌체험길∼생태체험마을∼수종사길∼유기농대회정∼역사탐방길∼변장군묘∼한음 이덕형 별서터∼유기농마을∼한강9공구(자전거길)∼유기농장터까지 10㎞로, 생태·유기농체험과 역사·문화를 탐방하는 녹색 슬로푸드길로 조성된다.

운길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종사

이처럼 조안면 조안리 진중리 송촌리 일대는 편리한 서울 접근성과 빼어난 산수, 역사 문화 관광 등의 자원을 갖추고 있어 서울 인근 전원주택이나 주말주택지로 제격이다. 하지만 복선전철 운길산역이 개통된 이후 음식점, 펜션, 카페 등이 대거 들어서면서 전원입지의 쾌적성 또한 많이 훼손됐다.

따라서 서울 옆 전원명당이란 입지적 장점을 누리면서도 한편으로 호젓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운길산역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 좋다. 열심히 발품을 팔다보면 운길산 예봉산 자락에 숨겨진 전원 터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명당은 단지 눈 밝은 이 보다는 땀 흘려 찾는 이에게 자신을 더 잘 드러내는 법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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