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KBS·EBS 달라도 너무 다른 ‘봄 개편’
KBS 수신료를 2500원에서 3500원으로 1000원 올리는 안이 18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될 처지다. 총선을 앞두고 다음달 임시국회 소집은 난망하다.

KBS가 최근 발표한 올봄 부분 개편에선 수신료 인상안 무산에 항의라도 하는 듯한 삭풍이 느껴진다. 오는 27일부터 1TV의 ‘여성공감’ ‘산너머 남촌에는’, 2TV의 ‘체험 삶의 현장’ ‘낭독의 발견’ ‘호루라기’ ‘언제나 청춘’ 등 다수 프로그램들이 폐지된다. ‘TV특강’ ‘즐거운 책읽기’ 등은 방송횟수가 줄고, 늦은 밤시간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대부분 농촌,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나 책 관련 프로그램들로 시청률 부진이 이유다.

KBS는 대신 일일시트콤을 부활시켰고, 중국 드라마 ‘삼국지’를 수입해 방송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 증대, 채널 경쟁력과 정체성 강화 차원에서다. ‘효율’과 ‘경쟁력’은 흔히 시장논리를 설명할 때 자주 쓰는 단어다. 공영방송의 개편 설명에 등장하니 어색하기 짝이 없다.

KBS의 수신료 인상금액 투자계획안을 들여다보면 수신료를 올려도 KBS가 애초 공영성 강화에는 큰 뜻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1000원 인상에 따른 연 2092억원 규모 추가 수입 가운데 소외계층배려ㆍ사회공헌강화(95억원), 공정성ㆍ신뢰도 강화(14억원) 등 시청자 신뢰를 위한 예산은 279억원이다. 무료디지털다채널(KoreaView) 구축 201억원, K-플레이어, DMB, DTV데이터방송 확대 64억원 등 뉴미디어에서 자사 콘텐츠를 재유통하는 채널 구축 관련 사업에도 이와 비슷한 액수가 배정됐다. 민간기업이라면 신사업을 위한 연구ㆍ개발(R&D) 비용쯤인데, 이를 시청자의 쌈짓돈에서 충당하려는 발상이 너무 안이하다.

오히려 KBS가 어려운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영성, 공익성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수신료 인상의 명분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이다. 수신료 인상안 논의가 이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봄 개편을 단행하는 EBS의 행보는 그래서 더 주목된다. EBS는 라디오를 하루 11시간 낭독프로그램으로 채우는 ‘책읽는 라디오’로 개편하는 위험을 감행했다. TV의 경우 ‘달라졌어요’ 시리즈 등 외주제작물을 늘려 비용절감에 나서긴 했지만, 고품격 다큐멘터리와 학교폭력 대처 프로그램을 늘리고, ‘헬스 투데이’ 등 노년층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신설, 강화했다.

곽덕훈 EBS 사장은 “라디오에 광고가 붙지 않아 걱정이다. 예산이 조금만 더 있어도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 볼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한지숙 기자@hemhaw75>
/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