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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 귀농은 없다Ⅱ
귀농이 화두다. 무려 758만2000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여기에 일부 젊은 30~40대까지 귀농행렬에 가세하면서 귀농은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지고 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전국의 귀농 가구 수는 6500가구로, 지난 2010년 4067가구 보다 무려 60%나 급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대도시 거주 베이비부머의 66.3%가 농어촌 이주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 중 13.9%는 5~10년 안에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귀농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선, 현장에선 여전히 ‘귀농의 실체’가 잘 잡히지 않는다. 필자는 지난 2010년 10월 강원도 홍천으로 귀농해 농사를 짓고 있다. 한편으론 전직(기자)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전원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농민과 농업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나는 귀농으로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귀농인은 본적이 없다.

정부 홍보나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된 귀농 성공사례는 난무했지만, 정작 현실에서의 ‘성공귀농’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귀농은 없다’란 제목의 칼럼(헤럴드경제 2011년11월24일자)을 쓰게 된 이유다. 정말 안타깝게도, 그로부터 약 석 달 만에 다시 ‘귀농은 없다Ⅱ’를 쓸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나 각 지자체마다 도시인의 귀농을 뒷받침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된 제도와 그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귀농인(또는 예비 귀농인)이 무수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수방관하고만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모습에서 이를(‘귀농은 없다’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읍·면지역 거주자는 귀농인이 아니다?

이게 뭔 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말 그대로 수도권 읍·면지역 거주자가 서울 등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다가 그만 두고 전라도나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등지의 시골로 귀농하는 경우 그는 귀농인이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귀농인이 아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채 좌충우돌하는 법령과 지침 등 잘못된 제도가 지금 이 순간에도 ‘귀농인이면서, 귀농인이 아닌’ 어처구니없는 ‘기형 귀농인’을 대거 만들어내고 있다.

먼저 P씨의 사례를 보자.

전문직에 종사했던 P씨는 뜻한 바 있어 지난 2010년 10월 강원도 H군으로 귀농했다. 이후 농지원부 및 농업경영체 등록을 했고,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이하 농어업기본법)’과 ‘농지법’상의 농업인의 조건(1000㎡ 이상 농지 경작 또는 1년 중 90일 이상 농업 종사 등등)을 충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신규 귀농인을 위한 각종 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해 배우고 있다.

P씨는 이듬해인 지난 2011년 6월, 정부의 귀농인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소규모 농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명명백백한 귀농인이었다.

생전 처음 맞닥뜨린 농업이란 현실 앞에서 이런 저런 돌파구를 모색해오던 P씨는 올해 초 귀농인이 실제 주소지를 옮긴 귀농일로부터 3년 이내에 취득한 농지에 대해서는 취득세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가운 마음에 H군청 담당 부서에 문의를 했고, 납부한 세금의 절반을 돌려받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H군으로 이주하기 직전 거주지가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교하택지개발지구라고 하자 H군청 담당 공무원의 태도가 돌변했다. 바로 직전까지 명백하게 귀농인이었고, 심지어 H군으로부터 정부의 귀농인 창업지원 자금을 받아 농지를 추가로 매입했는데도 담당 공무원은 “선생님은 귀농인이 아니다”라며 아예 환급 관련 서류접수 조차 거절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귀농인의 취득세 50% 감면조항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령에 따르면, 감면헤택을 받을 수 있는 귀농인의 요건은 ‘농어촌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라야 한다. 현행 농어업기본법상 농어촌의 범주에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읍·면이 모두 포함된다. P씨가 H군으로 오기 직전 거주한 파주시 교하택지개발지구는 당시 ‘교하읍 동패리’로 분류되다가, 지난 2011년 7월에서야 ‘동’으로 재편됐다.

도시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과감한 귀농을 했고, 무엇보다도 동일한 H군청으로부터 귀농인 지원 자금을 받아 매입한 농지이건만, 취득세 감면을 받으려고 하는 순간 “당신은 귀농인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P씨가 귀농인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그가 살았던 이전 거주지가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읍·면지역이기 때문이다. 농어업기본법상의 농어촌 규정과 조세특례제한법상의 귀농인 요건을 놓고 보면, P씨는 H군 이주 직전 수도권 읍·면 지역에 살았기에 농어촌에 거주한 것이고, 그렇기에 농어촌(파주시 교하읍)에서 농어촌(강원도 H군)으로 이주했으니 귀농인이 아니라고 하는 셈이다. 아파트와 상가건물이 빽빽이 밀집한 ‘서울의 배드타운’인 파주 교하지구가 농어촌이라니? 소가 웃을 일이다.

■대한민국은 1차산업 중심은 농업국가?

우리나라의 총 인구 가운데 농가 인구 비중은 7%다. 하지만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읍·면지역이 모두 농어촌이라면, 게다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농어민이라고 우긴다면 어떻게 될까? 국토 면적으로 보아도 동 지역을 제외하면 모조리 읍·면지역이기에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은 농어촌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대한민국은 1차산업 중심의 농업국가다. 과연 그런가?

물론 수도권에도 읍·면지역은 많다. 또한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도 있다. 하지만 P씨는 강원도 H군으로 귀농하기 전에 전문직장인이었음이 명백하게 증명된다. 그럼에도 단지 수도권 내 읍·면지역에 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귀농인 아니라고 한다면 이게 말이 되는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국의 읍·면을 모조리 농어촌으로 규정하고 있는 농어업기본법은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수도권 읍·면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 군 단위 지자체를 보더라도 읍 중심지는 이미 주거와 상업이 혼합된 중소도시로 변화한 지 오래다. 또한 인구가 5000명 이상의 규모가 큰 면 중심지도 소도시로 변해있다.

더구나 전국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밀집해 있는 수도권의 경우 읍·면지역이라도 해도 중심지의 경우 이미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대거 들어서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P씨가 살았던 교하지구처럼 애초 ‘서울의 배드타운’인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어 주거단지와 상업지역 등으로 계획적으로 개발된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택지개발지구는 지구 지정된 뒤 실시계획이 완료되면 바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에서 분류하는 4개 용도지역(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중 도시지역으로, 그리고 도시지역에서 아파트가 들어선 곳은 주거지역, 상가시설이 들어선 곳은 상업지역, 그리고 벤처타운 등이 들어선 곳은 공업지역으로 바뀐다.

파주 교하지구의 경우 지난 2005년 하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비단 실시설계 시점이 아닌 입주시점만을 놓고 봐도 벌써 7년 전부터 교하지구는 국토계획의 최상위법인 국계법상 도시지역이자 주거지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농어업기본법상으로는 지난 2011년 7월 동으로 재편되기 까지는 농어촌이었다. 국계법과 농어업기본법간 무려 6년간의 시차가 존재한다.

행정안전부의 ‘귀농인 취득세 50% 감면’조항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잘못된 농어촌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귀농인의 요건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잘못된 귀농인의 요건은 농림수산식품부의 각종 귀농지원 정책 지침에도 그대로 명시되어 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피해자 양산은 물론 많은 예비 귀농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농어촌의 범주에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하고자 수도권에 ‘배드타운’으로 건설한 택지개발지구를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도권 읍.면에 조성된 택지개발지구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외에 농업에 종사하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서울에 내 집 마련이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사람들이, 제2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귀농을 하려고 할 때 이로 인해 불이익을 본다면 이게 말이 되는가?

현재도 주소지가 읍·면에 속해있는 택지개발지구가 한둘이 아니다. 아파트와 상가시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화성시 봉담읍(봉담지구), 남양주시 진접(진접지구) 등이 그렇다. 지금은 동으로 바뀐 남양주시 별내지구, 화성시 동탄신도시, 파주시 교하신도시도 농어촌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P씨와 같은 귀농인 피해사례가 대거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더욱이 모순되는 것은 농어업기본법에선 전국의 모든 읍·면을 농어촌으로 규정하면서도, 하위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를 통해서는 동 지역의 경우 국계법상 주거·상업·공업지역은 농어촌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국계법상 똑같은 도시지역 내 주거·상업·공업지역이라도 읍·면 지역에 속하면 농어촌이고, 동 지역에 속하면 농어촌이 아니다.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복지부동…“말로만 귀농 지원”

필자가 ‘귀농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귀농을 지원한다”고 외쳐대면서 도시인의 귀농을 유도해온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정작 이처럼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잘못된 정책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나서기는커녕 뒷짐만 진채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나 몰라라’하는 복지부동한 구태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귀농인 취득세 50%감면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을 다루는 행정안전부의 담당자는 “귀농인의 요건이 현실과 괴리가 있어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니 이를 유권해석이나 질의-회신을 통해서라도 구제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필자가 묻자, “조세심판원을 통해 개별적으로 구제받아야 한다”며 일축했다. 그는 또한 농어촌의 개념은 농어업기본법에서 따온 것이니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개정하는 게 맞는다고 예외 없이 떠넘겼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0년 3월 9일 ‘귀농인 구입농지 취·등록세 50% 감면’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농촌 공동화 현상을 막고 귀농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게 귀농을 장려하는 것인지, 아니면 귀농을 막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도 ‘나 몰라라’하기는 매한가지다. 농어업기본법을 다루는 담당자는 “농어촌을 전국 읍·면지역으로 규정한 조항은 지금으로선 절대 바꿀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 당장 법령을 개정하기 어렵다면 지침이나 유권해석, 아니면 지자체 질의에 대한 회신 등을 통해 명백하게 국계법과 상충되고, 현실과도 맞지 않은 ‘농어촌’의 범주에서 수도권 읍·면의 택지개발지구라던가 수도권 읍·면 중심지의 주거·상업·공업지역은 제외하는 게 맞지만 이들 부처는 요지부동이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조세특례제한법령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에서 규정한 귀농인의 요건(농어촌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 때문에 이미 발생한 피해자 구제에 대해서도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관계자는 “현실과 제도가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은 행정안전부 소관인 만큼 그쪽에서 유권해석을 내려줄 수 있다”고 떠넘겼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어차피 우리는 농어촌의 개념을 농어업기본법에서 따왔고, 따라서 유권해석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내려야 한다”고 같은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귀농인의 창업, 주택 구입 및 신축 지원과 관련한 귀농인의 요건에 대해 조세특례제한법령과 동일하게 ‘농어촌 이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로 명시한 지침을 매년 일선 지자체에 내려 보낸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다만, 해당 지자체에서 질의해오면 읍·면지역이라 하더라도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단지에 거주한 경우 등 명백하게 농어촌이 아니고 또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로 농업인이 아닌 게 확실한 경우에는 구제해 주도록 회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실과 잘못된 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는커녕 이의를 제기해오면 마지못해 구제해주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P씨처럼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피해자는 이런 소극적인 질의-회신을 통한 선별 구제마저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그 건은 우리 소관이 아니고 행정안전부에서 유권해석을 내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고, 행정안전부는 유권해석이나 질의-회신은커녕 “조세심판원을 통해 개별적으로 구제받으라”며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심하기는 일선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귀농인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귀농지원 자금을 받아 추가로 매입한 농지의 취득세를 환급해 달라는 민원인에 대해 H군 담당 공무원은 법 규정만을 들어 아예 환급 신청 서류 접수조차 거부했다. 한 귀농인을 놓고서 자신들이 귀농인 창업자금 지원대상자로 선정해 지원을 해놓고선, 취득세 감면과 관련해서는 귀농인이 아니라고 딴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잘못된 법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정부 부처에 건의하기는커녕, 그것을 들어 되레 도와줘야할 민원인한테 서류조차 가져오지 말고 민원 질의부터 하라고 큰소리치는 것이다. 이게 귀농을 지원한다는 지자체 공무원의 한 단면이다.

P씨는 “4명의 가족을 데리고 귀농한 경우 H군이 챙기는 지방재정교부금만 해도 1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150만 원 정도의 지방세(취득세) 환급조차 거부하는 것은 결국 말로만 귀농인 지원을 외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지방의 상당수 지자체들은 귀농인 지원 조례를 제정해 도시인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귀농인의 요건(농어촌 이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물론 일부 ‘똑똑한’ 지자체의 경우 P씨와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귀농인 또는 예비 귀농인을 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농림수산식품부에 질의를 해서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또 자신들의 군비로 지원하는 사업의 경우 ‘타 지역에서 귀농한 사람’을 귀농인으로 보고 지원하기도 한다. 심지어 귀농인 취득세 감면과 관련, 법에 규정한 50%감면에 더해 아예 조례로 50%를 더 감면해주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귀농인 지원 조례에 귀농인의 요건을 정부 지침 그대로 규정하고 있고, 수도권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상담해올 경우 틀에 박힌 답변을 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귀농 지원책을 활용해 새로운 ‘인생2막’을 설계 하려고 하는 수도권 읍·면지역 거주자들이 이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베이비부머들의 귀농행이 줄을 잇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피해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농어촌 개념·귀농인 요건 손질하고, 피해자는 빨리 구제해야

앞서 누차 설명했듯이 현재 농어업기본법에 따르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읍·면은 모조리 농어촌이다. 하지만 수도권 읍·면 지역에서 국토계획의 최상위법인 국계법상 도시지역 내 주거·상업·공업지역의 경우 농어촌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게 현실과 부합된다. 만약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또한 어렵다면 명백하게 계획적, 인위적으로 주거·상업·공업지역으로 개발된 수도권 읍·면 지역 내 택지개발지구는 농어촌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

현실적으로 농어촌에 대한 법령개정이 어렵다면, 귀농인의 요건(농어촌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자)에 대해 ‘국계법상 도시지역(주거·상업·공업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 등으로 손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와 병행해 우선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로 인해 명백하게 귀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귀농인 지원사업과 취득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서둘러 구제하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각종 귀농 지원책을 관할하는 농림수산식품부나 귀농인 취득세 50% 감면을 다루는 행정안전부는 지금이라도 일선 지자체에 지침이나 유권해석, 질의-회신 등의 방법을 통해 이에 대한 구제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건 비단 P씨 한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또한 귀농인 취득세 감면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귀농인 지원정책 전반에 걸쳐있는 문제다. 더구나 앞으로도 수도권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등의 귀농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에 ‘사후약방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생2막’의 돌파구를 시골에서, 농업에서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귀농인과 예비 귀농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결연하다. 이런 그들에게 진정 지원은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다면 이게 될 말인가. 정부와 지자체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과 복지부동한 업무 자세는 결국 “귀농은 없다”라는 좌절감만 안겨줄 것이고, 농촌의 새 희망에 대한 기대 역시 먹구름만 드리우게 될 것이다. 말로만 귀농 지원을 외칠 것이 아니라 현실과 현장에 맞는 실질적인, 제대로 된 지원책이 필요하다. ‘귀농은 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게 될 날을 고대해본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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