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치공세 대응 동력상실
새누리당 ‘차별화 전략’후퇴

親盧 상승세도 연대 부추겨
일각선 “靑에 주도권 내줬다”


‘사실상의 정권 교체’ ‘야당 같은 여당 대권후보’

새누리당이라는 새 간판을 걸고 정치 전면에 나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그러나 한ㆍ미 FTA와 복지 논쟁 등 정치 현안에 청와대가 적극 나서면서, 현 정부와 차별화를 통해 총선과 대선 승리를 노리는 박 위원장의 전략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23일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정두언 의원은 “대통령 회견이 역효과를 낼 거라 했던 우려가 사실로, 정말 도움이 안되죠”라며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건 측근 비리나 국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인데, 변명으로 보이는 말만 늘어놓는 것이 맞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 주변에서는 이 대통령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컸다. 청와대가 나서면서 ‘MB정부 심판론’을 피해가고자 했던 박 위원장의 총ㆍ대선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박 위원장이 민주당 친노 인사들을 향해 ‘폐족’이라며 총선 쟁점을 ‘전 정부 인사들의 말 바꾸기 심판’으로 돌렸지만, 단 하루 만에 다시 야당의 ‘MB정부 심판론’에 밀리고 말았다는 불만이다.

실제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임기 말까지 야당과 싸우면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노골적인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청와대에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과 동업자로 묶이고 말았다. 박지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에 박지원-박영선 남매가 있다면 새누리당에는 이명박-박근혜 남매가 있다”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 박 위원장의 전략을 정면 공격했다.

박 위원장도 이런 고민을 솔직히 밝혔다. 지난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현 정부와) 인위적인 결별이 아니라 (쇄신)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역대 정권 말기마다 대통령 탈당이 반복됐는데 그것으로 과연 해답이 됐느냐를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현 정부와 차별화를 총선 및 대선의 승부수로 띄울 것이라던 정치권의 전망이 어긋났음을 인정한 셈이다.

부산ㆍ경남에서 시작된 친노 인사들의 약진도 ‘청와대와 각 세우기’를 뒤로 미루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박 위원장이 앞장서 친노 인사들과 각을 세우는 가운데, 다른 한 쪽에서 청와대 때리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야당에서 현 정부 비판을 전면에 들고 나오면서, 여권으로서는 총선과 대선 전략으로 진보와 차별화된 보수 가치를 앞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 같은 구도가 계속되는 한 청와대와 각 세우기는 당분간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