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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점령시위’를 자초하는 은행권의 탐욕
주요 시중은행들이 많게는 500%에 이르는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한다. 서민들에겐 고통 그 자체인 높은 대출이자와 예대마진 등으로 손쉽게 쌓은 돈을 식솔 배 채우기에 펑펑 쓰겠다는 것이다. 기록적인 경기침체에다 고물가로 신음하는 일반 고객들은 안중에 없는 금융이기주의의 극치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몰염치의 압권은 외환은행 성과급이다. 이 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이 선뜻 내놓은 500% 보너스는 사상 최고다. 더 가관인 것은 이 보너스가 인수ㆍ합병(M&A) 위로금 명목인 데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적극 저지하지 않은 데 따른 대가성이라는 비난도 들린다. 그 내막은 더 치졸하다. 하나은행 직원과의 형평에 맞춰 성과급 200%라고 했으나 올 상반기 중에 300%를 추가 지급한다는 외환은행 노조와의 이면합의가 들통 나면서 곤경에 처했다.

고액 성과급이 실적에 대한 보답이라는 은행권의 주장은 가당찮다. 지난해 외환은행이 거둔 1조7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 대부분은 현대건설 매각 관련 특별이익이다. 대기업과는 달리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임금 동결과 삭감을 감내했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금융업 평균 연봉은 4900만원 수준으로 생산성이 훨씬 높은 제조업의 1.6배가 넘는다. 원천적인 고임금 구조다. 국내 18개 예금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최고 기록인 2005년 15조원대 순이익을 일거에 갈아치웠다. 가계대출 억제를 틈타 대출금리는 터무니없이 올리고 예금금리는 상대적으로 내린 결과다.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연 6.07%보다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고 금리가 안정적인데도 대출금리를 올리는 횡포를 묵인하는 금융당국은 있으나 마나다. 당장 대출금리 산정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면 당연히 예금금리는 인상돼야 하나 오히려 그 반대다. 예대마진이나 각종 수수료 등에 대한 은행권의 과점적 폭리 구조부터 문제다. 금융지주사들은 시장의 사외이사 물갈이 요구를 묵살, 법적 감시망까지 허투루 다루는 오만을 드러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점검할 일이 숱하다. 이마저 안 되면 소비자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월가 점령시위’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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