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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LPGA선수들 30㎏짐과‘성적표’짐…진짜 덜고 싶은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본토 내에서의 LPGA 시즌이 시작된다. 이미 아시아에서 3개의 대회를 마친 LPGA 한국선수들은 대회가 없는 2주 동안 한국에서의 짧은 휴식을 거쳐 지난주 대부분 미국으로 이동했다. 이번 주를 시작으로 LPGA는 3주 동안 미국 서부에서 경기를 진행한다.

골프를 좋아하는 일반 골퍼들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열광하며, 선수들이 날마다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걸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건 매일 회사를 가는 사람에게 회사 가는 것이 부럽다고 하는 말과 같다. 골프가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수들에게는 화려해 보이는 삶 속에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깊은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이 주어진다. 행여나 그토록 원하던 우승을 한다 하더라도 그날 정신없이 축하 전화와 인터뷰를 하고 나서는 바로 시합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파티를 하고, 신나게 놀고 즐기는 것은 나중에 시간이 날 때나 가능한 일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워낙 이동거리가 긴 까닭에 선수들은 큰 트렁크를 가지고 다닌다.

혹시라도 모르는 날씨 상황에 대비해 비, 바람, 추위를 고려하여 이것저것 챙기고 나면 겨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옷을 챙길 뿐이다. 대회기간에 시간이 나면 코인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돌린다. 옆에 누군가가 같이 투어를 따라다닌다면 조금 편해질 수 있지만, 투어 2년차 이상이 되면 대부분 혼자 다니기 때문에 이런 생활에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맨날 짐을 싸고 풀고 하는 것이 익숙한 삶이라 선수들은 그 방면에 도사가 된다. 이미 10㎏이 넘는 골프백이 하나 있는 데다가 옷이 들어있는 큰 트렁크 하나, 그리고 노트북을 휴대할 수 있고, 비행기 안에 가지고 탈 수 있는 작은 백, 이렇게 세 가지가 선수들이 늘 가지고 다니는 짐이다. 최대한 가볍게 여행하려고 해도 30㎏ 정도의 짐을 가지고 다니는 셈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 속에 또 다른 짐이 있다. 바로 성적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다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초라해져 버린다. 과정없이는 결과도 없는 법이지만, 과정이 좋았다 하더라도 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이번엔 잘할 수 있을거라고 다짐하며 매일 아침 힘차게 골프화 끈을 조여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고개를 떨구는 날이 계속 되기도 한다.

그렇게 대회 결과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가장 무거운 짐이 된다. 골프를 좋아하고 잘하기 때문에 선택한 골프 선수로서의 삶이 오히려 골프로 인해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피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물리적인 짐을 싸고 풀기에 능숙한 선수들이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푸는 것도 잘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구도 대신 져줄 수 없는 짐을 지고 걸어가는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변함없는 응원과 격려다.

이번 주 대회에 나서는 모든 선수들에게 마음으로나마 힘을 실어 보낸다. 그 어깨에 있는 많은 짐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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