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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美·유럽 독점의 종식?
브레튼우즈 합의이후
역대 총재 美·유럽인이 독식
이머징국가 출신 인사에
주도권 분할 목소리 높아져


미국과 유럽으로 양분된 세계은행(WB)ㆍ국제통화기금(IMF)의 독점적 권력구조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 재정위기로 인해 촉발된 국제경제 질서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물로 해석된다.

세계은행 부총재 출신의 유명 경제학자들은 지난 19일 ‘독점의 종식, 진정한 세계은행을 만들자’라는 제목의 파이낸셜타임스(FT) 공동 기고문에서 “세계은행과 IMF에서 선진국들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실상 (세계경제의) 권력이 이머징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며 “전 세계 인구의 85%, ‘세계 GDP’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진 이머징 국가 출신 인사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오는 6월 총재직에서 사임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 내에서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직을 수행했던 래리 서머스를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는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 휴양 도시인 브레턴우즈에서 미국이 구상한 전후 국제 정치ㆍ경제 질서 회복을 위한 밑그림 속에서 탄생한 기구다. 목적은 전후 재건사업을 위한 비용조달이었고, 그 후 달러화가 국제금융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다. 



역대 세계은행 총재는 모두 미국인, IMF 총재는 유럽인이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만들어질 때 미국과 유럽이 합의한 내용이다. 역대 IMF 총재 면면을 보면 11명의 총재 중 5명이 프랑스인이다. 지난해 초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가 성추문으로 사임하자 신임 총재 후보에 유럽 인사 3명(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비유럽 인사 5명(이스라엘 남아공 멕시코 싱가포르 카자흐스탄)이 물망에 올랐었다. 당시 중국 브라질 등 신흥 대국들은 유럽 인사만 IMF 총재가 되는 것은 구습이라며 반대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압도적인 지지로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총재로 선출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 출신으로 미국 월가 로펌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미국통이다. 당시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반발을 고려, IMF 부총재직을 신설해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출신인 주민(朱民) IMF 특별고문을 임명했다.

전후 국제금융질서의 산파였던 케인스는 브레턴우즈 회의 때 “국제사회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후진국들이 많아지면 IMF가 거대한 원숭이 우리로 전락할 것”이라며 당시 후진국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낸 적이 있다. ‘원숭이’를 요즘 말로 하면 브레턴우즈에 모인 45개국 중 필리핀 실론(현 스리랑카) 같은 22개의 저개발국가들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선진국들은 요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을 지원하기 위해 IMF 재원확충을 논의 중이다. 개발도상국가 중 하나였지만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손을 벌리고 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내에서는 ‘왜 우리가 혈세를 털어 IMF 지원에 나서야 하냐’며 유로존 지원 반대 법안까지 제출돼 있다. 어찌 보면 전 세계를 양분했던 미국과 유럽의 자중지란이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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