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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리세스오블리주>私財까지 선뜻…어려울때 더 빛난 회장님들의 ‘개인기부’
<5> 오너들의 나눔시대
정몽구회장 5000억 기탁 여론환기
허창수회장 7년째 재단출연 약속 이행
강신호·구자홍회장도 꾸준한 선행
故박태준 명예회장 집까지 팔아 환원

일회성 연중행사 탈피·개인 참여확대
불황속 ‘참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국내 오너 및 최고경영자들이‘ 통 큰 기부’에 나서면서 나눔 시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해외 경영자들의 나눔에 영향을 받은 것도 있겠지만, 새로운 소통을 위해선 사회적 약자를 진심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성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국내 경영자의 나눔이 성금쾌척, 연말 이웃돕기, 재단 출연 등 회사를 등에 업은 소극적 사회적 책임에 한정됐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턴 적극적인 책임을 실천하는 등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영자 개인 기부의 진화인 셈이다. 기업가들의 통 큰 기부는 일반인들의 나눔 실천과 어우러져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국내 비정부기구(NGO) 사이에서는 ‘경제 사정이 어려운 때일수록 세밑 나눔 온정이 더 뜨겁다’는 속설이 통한다. 최근 대기업 오너들이 이 같은 속설을 입증했다. 세계 경제가 삐걱거리는 와중에도 직접 호주머니를 털어 통 큰 기부를 이어가며 나눔이란 화두에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기업 오너들의 기부는 거액의 사재를 출연했다는 점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부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일회성 기부보다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개인 기부가 외국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아쉬움은 있지만 오너들의 솔선수범이 재계 전반으로 확대된다면 머지않아 ‘한국판 빌 게이츠’의 탄생도 기대해볼 만하다.

대기업 오너의 기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계기는 지난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5000억원 사재 출연이었다. 정 회장은 당시 사회와의 약속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자신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 중 5000억원 상당(7.02%)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기탁했다.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은 이후 정몽구재단으로 명칭까지 바꿔가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고, 지난 15일에는 ‘온드림스쿨’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장학 사업 활성화를 시작했다. 이는 당시 5000억원이라는 규모와 더불어 회사 차원의 기부가 아닌 개인 기부라는 점에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오너들의 기부는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나눔에 대한 의지가 움츠러들기 쉬운 상황에서도 솔선수범으로 기부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오너들의 기부가 세간의 화제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던 지난해는 유럽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본격적인 경기침체기로 접어들었던 시기다. 그러나 이런 때에 오너들의 기부는 되레 더 활발하게 이뤄졌다.

범현대가의 오너들은 회사 차원의 기부 외에도 사재 240억원을 출연해 아산나눔재단을 만들었다. 지난해 타계한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2000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자신이 40여년간 살았던 집까지 팔아 10억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자신의 거처까지 내놓고 유산 한푼 남기지 못했을 정도로 그는 기부에 ‘올인’했다.

최근 오너들의 기부는 연말에 반짝하는 일회성 기부와 다른 면모를 보여 더욱 주목된다. 허창수 GS 회장은 지난 16일 70억원 상당의 GS건설 주식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남촌재단에 출연했다. 허 회장의 사재 출연은 7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2006년 재단 설립 당시 “지속적인 사재 출연으로 재단을 500억원 이상의 규모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해마다 이 약속을 이행해오고 있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해마다 자사 주식을 매수해 이를 수석문화재단에 기부하는 선행을 지속하고 있다. 수석문화재단은 강 회장이 자신의 호를 따 1987년 설립한 학술장학재단으로, 강 회장은 매년 사재 출연 약속을 이행해왔다.

구자홍 LS 회장도 소액이지만 개인 재산을 출연해 해마다 남모르게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기부를 밖으로 알리지 말라는 엄명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끈다.

오너들의 개인 기부가 꾸준히 이어져 오면서 나눔문화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환영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국내의 기부문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개인 기부가 적고, 연말 불우이웃돕기 등 특정 기간에만 일회성 나눔이 발생한다는 점은 국내 기부문화의 맹점으로 꼽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 출연한 정몽구재단이 교육과학부와 함께 한 온드림스쿨 프로그램 발족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이들의 비율은 기업이 70%, 개인이 30%다. 단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통상 미국 등 외국에서는 개인 기부 비율이 70%에 달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개인 사재를 털어 나누려는 움직임이 부족한 실정이다. 연말이나 수재 발생 등 특정 기간에만 기부가 활성화된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2010년 미국의 기부처는 종교기관이 1009억달러, 교육기관이 400억달러, 기초서비스 분야 170억달러, 국제 자선 분야가 133억달러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재해ㆍ불우이웃성금 분야에 65%의 기부가 몰려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국내 기부활동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개인 기부 참여가 외국보다 적다는 점을 모두 아쉬워한다”며 “개인 차원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고 상시적인 나눔으로 발전시키는 게 기부문화 확산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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