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힐링캠프’큰 반향
EBS‘ 달라졌어요’시 리즈
장애인부부영화‘ 달팽이별’

…

성공 영웅담 넘치는 시대
사회 전체 되레 피해의식
현대인 불안·상처 어루만지며
고민상담·상처치유 공감대


“이걸 보고 누구나 다 상처가 있고 가슴이 아프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KBS ‘이야기쇼 두드림’ 소년원편 시청자 소감)

“인표님을 좋아해 컴패션 가입을 해서 아이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삶의 지표랑 방향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 한번 더 점검할 수 있는 방송이었습니다.”(SBS ‘힐링캠프’ 차인표편 시청자 소감)

TV는 ‘걱정인형’이, 영화는 ‘해우석(解憂石)’이 되고 있다. 취업난, 조기은퇴, 생활고, 가족갈등 등 현대인들의 보편적 고민을 TV는 상담하고, 영화는 위로한다.

방송가에 ‘치유’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KBS ‘이야기쇼 두드림’은 매회 가수 신해철과 감독 변영주 등 명사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특강으로 ‘멘토’의 역할을 한다. EBS 다큐프라임은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고 전문가집단이 실제 사례에 직접 개입하는 ‘리얼 코칭’ 형식의 ‘~달라졌어요’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방영 중이다. 엄마, 선생님, 남편 등에 이어 다음달 9일부터 ‘고부가 달라졌어요’ ‘주방장이 달라졌어요’ ‘내무반이 달라졌어요’ 등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삶을 다룬 KBS ‘심리치유 8주의 기록-함께 살자’는 지난달 한국PD대상의 시사다큐 부문 PD대상을 받았다.

SBS 토크쇼 ‘힐링캠프’는 출연자의 신변잡기에 그치지 않고, 어려웠던 과거를 이끌어내는 고민 상담과 상처 치유 성격을 가미해 무한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최근 ‘차인표 편’은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새봄 극장가에도 ‘상처와 치유’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단연 화제다. 사회적 약자층인 여성, 장애인, 노년, 빈곤아동 등을 주인공을 내세운 국내외 영화들이 여러 편 눈에 띈다.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은 장애인 부부의 일상과 사랑을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유머러스하게 그려내 저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관객들을 치유한다.

상담과 치유의 콘텐츠는 이제 성공보다는 실패와 좌절에 대한 이야기가 더 공감을 얻는 시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쟁과 성공지상주의에 매몰돼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사회가 전하는 ‘반성’이다. 쓰라린 패배와 좌절을 경험한 관객과 시청자들은 스타나 명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 저런 사람도 나와 마찬가지구나’라며 동질감을 느낀다.

이만제 우석대 신방과 교수는 “저(低)성장 기조에 따라 살기 어려워지면서 치료가 필요한 때, 매스미디어가 심리상담사의 기능을 하게 됐다”고 해석했다. 김달진 언론학 박사는 “성공담과 영웅담은 너무나 멀게 느껴지고 좌절감만 더한다. 실패와 탈락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사람들에게 절실해진 것”이라면서 “안철수와 김난도 교수의 인기도 결국 실패와 좌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는 취업도 안 되고, 고령은 일자리가 없고, 40대는 조기 퇴직할까 불안해하면서 세대별로, 기득권은 기득권대로, 여당과 야당 모두 사회 전체가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요즘 각종 막말녀가 등장하는 것도 전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분노의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디어의 상담사 역할에 과잉 기대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가 보내는 진단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종교인의 치유 콘서트 등은 사람들이 원하는 결론을 유도하고 포장한다. 마치 고장난 기계나 병든 사람을 방송을 통해서도 고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인 것처럼 포장하는 데 속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형석ㆍ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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